(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대차잔고가 연초이후 19조원 이상 늘어나며 올해 최고치에 도달했다. 혹시라도 주식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대차잔고 물량이 공매도로 이어져 대량 매물로 돌변할 수 잇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대차잔고는 35조3258억원으로 지난해 말 16조267억원보다 19조2991억원 증가했다. 2월 말 대비로도 3조561억원이 늘어났고, 올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대차거래는 증권 보유기관이 거래의 결제 또는 투자의 목적으로 이를 필요로 하는 또 다른 투자자들에게 빌려주는 거래를 의미한다. 90% 이상이 외국인을 통해 이뤄지며 대부분 공매도를 위한 준비 물량으로 해석된다.
종목별 대차잔고 물량을 보면 LG전자가 1조886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하이닉스가 9934억원을 기록했다. 기아차도 6509억원으로 집계됐고, 대우인터내셔널(6117억원)과 두산인프라코어(4686억원), LG디스플레이(3462억원), KT(2765억원), 현대상선(2529억원), 강원랜드(1054억원) 순으로 대차잔고가 많았다.
이 같은 대차잔고 급증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아직까지 공매도는 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말 이후 공매도 거래량은 9674만주로 2월 거래량 1조860만주보다 1000만주 이상 줄었다.
지난 2월 말 이후 공매도가 가장 활발했던 종목은 KC코트렐로 전체 거래량 대비 17.22%를 차지했다. 이어 GS리테일이 15.49%를 기록했고, 금호타이어도 15.46%의 공매도 매매비중을 나타냈다. 이어 아모레퍼시픽(13.71%)·인터지스(12.69%)·무림P&P(12.06%)·현대산업(11.30%)·대원강업(10.85%) 순으로 공매도 거래량 비중이 높았다.
대차잔고 급증에도 공매도가 크게 늘지 않은 것에 대해 김승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2000대를 유지하면서 공매도에 대한 유인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변동성이 높은 증시에서 대차잔고 급증이 공매도 물량으로 쏟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주성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주가가 상승하면서 대차잔고가 증가했던 종목들은 이후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들 종목은 주가가 조정 받을 때 공매도로 인한 단기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류주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차잔고를 무작정 쌓아두고 갈 수만은 없기 때문에 대차잔고 물량이 계속 증가하는 종목들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대차잔고는 주가연계증권(ELS) 거래나 헤지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해 반드시 공매도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대차잔고 증가가 공매도로 연결될 것이란 주장은 일종의 기우(杞憂)"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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