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트와 헤드가 핑크색으로 된 버바 왓슨의 드라이버. [미국 SI 캡처]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골프도 테니스처럼 4대 메이저대회가 있다. 매년 4월 둘쨋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열리는 마스터스골프토너먼트는 시즌 첫 골프 메이저대회다. 메이저대회 가운데 역사는 가장 짧지만, 고답적인 운영 덕분에 브리티시오픈에 버금가는 권위를 자랑한다.
9일(한국시각) 끝난 2012마스터스의 주인공은 버바 왓슨(34· 미국)이다. 그는 연장 두 번째 홀에서 우승이 확정되자 어머니와 오랫동안 껴안은 채 눈물을 삼켰다. 거구(키 190㎝)의 체격에 어울리지 않게 그가 눈시울을 붉힌 이유는 1년반 전 돌아간 아버지 때문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베트남전에도 참전한 그린베레 출신이다. 그런데 폐암으로 투병하다가 2010년 10월 돌아갔다. 왓슨은 그 2개월전 첫 메이저 타이틀을 안을 기회가 있었다. USPGA챔피언십에서 연장전에 들어갔으나 마르틴 카이머(독일)에게 져 2위를 차지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꿈에 그리던 ‘메이저 챔피언’이 되는 것을 못 본 채 세상을 뜬 것. 자신을 골프선수의 길로 이끈 아버지에 대한 회한으로 어머니와 감격의 포옹을 한 것.
왓슨은 독학으로 골프를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미국PGA(프로골프협회) 투어에서 볼을 가장 멀리 친다. 2006년 투어에 데뷔하자마자 시즌 평균 319.6야드로 최장타자에 올랐다. 2007, 2008년에도 그는 드라이빙 랭킹 1위를 지켰다. 2009∼2011년엔 2위로 물러났으나 올들어 평균 316.9야드를 날리며 1위로 복귀했다. 투어 평균치(285.7야드)보다 30야드를 더 날린다는 뜻이다.
그는 또 옛것을 좋아는 ‘명품 족’이다. 그는 2월 열린 피닉스오픈 때 빈티지 초고속 자동차 ‘제너럴 리’(General Lee)를 직접 몰고 나흘동안 대회장을 드나들었다. 이 자동차는 1969년 ‘도지 차저스’ 모델로 드라마 ‘해저드 마을의 듀크가족’에 소개됐다. 왓슨은 지난해 액센추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 때에는 싯가 52만5000달러(약 6억원)짜리 손목시계(RM 038)를 차고 나왔다. 이 시계는 리처드 밀사가 38개 한정판으로 만든 것 중 하나다. 왓슨이 찬 시계에는 충격 방지 장치가 돼있다. 그의 엄청난 헤드 스피드(시속 126마일)를 감안한 설계다. 당시 왓슨은 4위를 했으나 상금(49만달러)은 그가 찬 시계값에 못미쳤다.
왓슨은 지난해 드라이버 샤프트를 핑크색으로 바꾼 데 이어 올해는 헤드까지 핑크색으로 된 ‘핑’ 브랜드를 쓴다. 폴라 크리머(미국)같은 여자프로골퍼라면 몰라도 남자선수가 핑크색 클럽을 쓰는 일은 드물다.
왓슨은 투어프로 가운데 몇 안되는 학사 골퍼다. 그 사연도 색다르다. 투어프로 생활을 하면서도 가족· 친구에게 알리지 않은 채 조지아대 소비자경제학과에 입학해 2008년 학위를 딴 것. 골프도, 학업도 스스로 개척하는 독특한 캐릭터를 지녔다.
마스터스 우승을 결정한 연장 두 번째 홀의 두 번째 샷도 그의 신념에서 비롯됐다. 그린이 보이지 않은 숲속이었으므로 웬만한 선수같으면 레이업(볼을 안전하게 페어웨이로 꺼내는 것)을 했을 법하지만, 그는 트러블샷을 강행해 성공했다. ‘내 길은 내가 헤쳐나간다’는 집념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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