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부분 수익 창출이 불가피한 기업의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국민 권익을 내세우며 금융권의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당국의 이중잣대 또한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 금융권 실적, 수수료 아닌 M&A 효과
2011년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실적은 대폭 개선됐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지난해 2조156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 지주사가 출범한 2001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에 전년 대비 15.5% 늘어난 3조10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 또한 2008년부터 4년 연속 금융업계 최고 실적이다.
2010년 대규모 충당금 적립과 희망퇴직 비용 발생으로 883억원의 순이익을 내는데 그쳤던 KB금융은 2011년 2조373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역시 지주사 설립 이후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하나금융도 지난해 1조2280억원의 순이익을 내 2년 연속 1조원 이상 순익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같은 금융권의 실적 향상은 지난해 미국발 ‘금융권 탐욕’논란과 가계부채 증가 등과 맞물려 지탄을 받았다. 이와 함께 론스타의 외환은행 고배당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같은 분위기는 더욱 촉발됐다.
특히 금융지주사의 가장 큰 수익을 가져온 은행권을 비롯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이 가장 먼저 유탄을 받았다.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카드 가맹점주의 잇단 시위가 일어났고 이는 금융당국의 수수료 인하 종용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지주사들의 수익이 전년에 비해 크게 향상된 것은 특히 현대건설 등 굵직한 업체의 매각이익이 가장 주효했다”면서 “매각이익을 제외하고 판단할 경우 당장 지난해 4분기 실적부터 하향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또한 은행과 카드사의 과다 수수료 논란에 쉽게 동조한 금융당국의 판단은 객관성을 상실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당시 자동현금인출기(ATM) 수수료 수입 논란에 대해 은행연합회는 국내은행 수수료 이익 비중은 해외 주요국가와 비교해 최하위권이며, 오히려 해외 선진은행 등과의 경쟁을 위해 비이자 수익기반을 오히려 강화해야하는 상황이라고 항변했다.
카드사 또한 가맹점의 규모에 따라 수수료율를 다르게 책정하는 미국 등 여타 국가와 일율적인 국내 수수료를 단순 비교해 탐욕으로 매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 금융권 수익구조 다변화 정책 내놔야
이와 관련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자본을 경악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무조건 금융권 이익을 줄여야한다는 식의 접근은 포퓰리즘에 다름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정부가 은행들이 위기상황을 대비해 항상 일정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은행의 공공성을 내세워 수수료를 낮추라고 요구한다는 점이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금융권은 금융당국이 이자이익과 단순 수수료 수익에 편중된 국내 은행의 취약한 수익기반을 관망하면서 수수료 인하에 집착한 점은 임시방편적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은행들이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투자은행(IB) 업무에 관심을 보여왔지만 그럴 때마다 정부는 재무건전성을 빌미로 이를 자제시키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 은행권 올해 순익 감소시 책임은?
여론몰이에 경직된 금융당국의 규제는 올해 10% 이상의 은행수입감소로 이어져 당국 책임론으로 되돌아 올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증권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은행 수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신한금융, 우리금융, KB금융, 하나금융 등 금융지주사를 비롯해 외환은행, 기업은행 등 6개사의 올해 순이익 컨센서스(각 증권사 추정치의 평균)는 총 11조498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수익향상에 따른 기저효과기도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 등에 따른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최근 수수료 인하 여파로 수익이 줄어드는 등 대내외 환경이 모두 좋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국내 은행들의 대출자산 성장률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예상실적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금융연구원 서정호 연구위원은 “은행권의 대출성장률은 총대출 기준 전년 대비 올해 7%에서 내년 6% 내외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맥락에서 금융권의 수익감소는 금융 수익다변화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방관하고 ‘엄벌’만 내려왔던 금융당국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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