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상저하저(上低下低)' 덫에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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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4-17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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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경착륙 조짐..미국도 긴축 기조 전망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1분기 성적표가 예상 외로 좋았지만 글로벌 경제 회복세가 더딘 데다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상반기에 고전하다가 하반기 들어 경제성장률이 4%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경제도 하반기 이후에는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긴축 기조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한국 경제가 정부가 예상했던 ‘상저하고(上低下高)’ 시나리오와 달리 ‘상저하저(上低下低)’의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올해 성장률 3.5%로 하향 조정

한국은행은 16일 ‘2012년 경제전망 수정치’를 발표하면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7%에서 3.5%로 하향 조정했다.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유로존 국가채무 문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되면서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세계 경제의 성장률이 하향 조정되고 원유 도입가가 상승하는 등 한국의 경제성장률 하락 요인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사정을 들여다 보면 내수와 수출 모두 상황이 좋지 않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가 전년 동기보다 2.8%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말 전망치 3.2%보다 0.4%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전망한 올해 경상수지 흑자폭은 지난해 265억 달러의 절반 수준인 145억 달러에 불과하다.

신 국장은 “상품수지는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흑자폭이 크게 줄어들겠지만 서비스수지 적자폭은 당초 예상보다 축소될 것”이라며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지난해 말 전망치 130억 달러에 비해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하반기 경제 전망도 먹구름

정부는 한국 경제가 상반기에 다소 어려움을 겪다가 하반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은은 경제성장률이 상반기 중 3.0%에 그치겠지만 하반기에는 3.9%까지 올라갈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정부의 바람과 달리 한국 경제를 위협할 대외 요인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우선 중국 경제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은 8.1%로 5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평균 예상치인 8.3%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수출 증가율이 7.6%로 전분기(14.3%) 수준의 반토막이 난 데다 소비도 예상보다 부진했다.

2분기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단기간 내에 소비가 살아나기 쉽지 않은 데다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경착륙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는 국내 기업들의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그동안 국내 기업의 중국 수출 증가율이 전체 수출 증가율을 상회하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중국의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위축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또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미국 경제의 상황도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올 들어 미국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고는 있지만 문제는 연말에 대선이 실시된다는 점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경제가 긴축 기조로 돌아서게 마련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정치적 교착 상태 지속 등으로 미국이 올해 말부터 유례없는 긴축 재정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른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준금리가 거의 제로인 상태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기도 쉽지 않아 자칫 회복세를 보이던 경기가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한 경제계 인사는 “유로존 재정위기와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 경제가 현재보다 더욱 악화된다면 한국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상반기 성장률 둔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지는 ‘상저하저’ 흐름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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