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국 켈리포니아에 위치한 축산물 가공공장에서 광우병에 걸린 젖소가 발견된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수입검역 중단은 물론 수입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검역을 강화하겠다는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했다.
전종민 농식품부 검역정책과장은 26일 “미 당국이 일반 소와 구분되지 않는 비정형 광우병에 걸린 소를 찾아냈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의 예찰시스템이 잘 돌아가는 증거”라며 “현재로선 광우병 소가 우리나라에 들어 올 확률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미국의 BSE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일본, 홍콩 등도 미 쇠고기의 수입을 그대로 이어가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유독 대한민국만 수입검역 중단 조처를 내리는 것은 미국과 관계상의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은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시에는 법 개정이 되기 전”이라며 “이후 2008년 9월 국제기준 및 전문가 의견을 수립해 가축전염병 예방법을 개정했다”고 말했다.
개정된 가축전염병 예방법은 광우병 발생 시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할 경우 쇠고기 또는 쇠고기 제품에 대한 일시적 수입을 기존의 ‘중단 한다’ 에서 ‘수입중단 조치 등을 할 수 있다’로 수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광우병이 발견됐다고 해서 미 쇠고기 수입을 반드시 중단해야 되는 것은 아니며 현재 발생한 광우병이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수입중단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한우협회와 시민단체 등은 즉각적인 수입중단 및 검역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한우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미국 광우병 우려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며 "안전성이 검증될 때까지 수입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한우협회는 또, 미국산 수입위생조건을 폐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했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와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등 시민단체들도 이날 “광우병 발생 미국 쇠고기의 수입과 유통을 중단하고, 수입조건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은 현재 연 약 4만두의 소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연간 도축소의 약 0.1%에 해당하는 비율”이라며 이같이 촉구했다.
이들은 또 “한국정부는 ‘검역강화’를 말하고 있지만 광우병 검사는 오직 도축시 소의 뇌에서 직접 검사할 수 있는 방법만 개발돼 있다”며 “검역강화란 말 뿐인 의미없는 조치이며 오직 수입중단만이 국민을 광우병으로부터 보호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2008년 한국정부는 광우병 발생시 수입중단, 전수조사를 시행하겠다고 일간지 1면에 광고까지 했지만 이제와서 밝혀진 것은 정부가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용어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도 검역중단, 수입중단 등을 모두 할 수 있다. 당시 정황을 고려해 가축전염병 예방법을 개정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들 시민단체들은 촛불집회 4주년인 다음달 4일 오전에 기념 기자회견을, 오후에는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어서 4년만에 다시 광우병과 관련한 촛불이 켜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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