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1995년초 중국 베이징시 정부는 LG그룹에 베이징 시내 창안(長安)가의 알토란같은 땅을 구입해 개발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한다. LG그룹 내부에서 이 부지에 호텔을 짓자는 의견도, 오피스타워를 만들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구본무 회장은 사옥용으로 쌍둥이빌딩을 짓자고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LG그룹은 사옥을 건설할 집행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건설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였으며 글로벌 감각을 갖춘 인물이 대상이었다. 그리고 단연 박윤식 당시 LG건설(현재 GS건설) 이사가 눈에 띄었다. 현재는 한미글로벌 베이징 지사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LG그룹의 중국사옥 건설프로젝트의 집행자로서 1995년 5월 15일 베이징땅을 밟는다.
박윤식 고문은 중동과 유럽에서 잔뼈가 굵은 인재였다. 그는 1977년 LG건설(현재 GS건설)에 입사해 이듬해 사우디아라비아 주재원으로 발령받아 1981년까지 중동건설현장에서 일했다. 1981년부터 1984년까지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주재원으로 근무했으며 1984년부터 1990년까지 그는 다시 사우디에서 근무했다. 그는 1995년 베이징에 부임해 지금까지 18년째 중국생활을 하고 있다.
1995년 베이징에 도착해 현지 합작 에이전트를 만나서 일을 진행시키던 그는 사고방식의 장벽에 맞닥뜨렸다. 박 고문은 “당시 가장 자주 들었던 말은 ‘여기는 중국이다’였다”며 “아무리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상황이라도 중국 합작사측은 항상 이곳은 중국이라며 개선을 하려하지도 설득을 하려들지도 않았었다”고 토로했다.
또 하나의 난관은 철거주민 처리였다. 당시 사옥부지에는 상점과 가구 250호가 있었다. 거주자를 이주 시키는 법안에는 각 거주자들에게 거주지를 마련해 주어야만 이주가 가능했다. 그는 “거주자 개개인들에게 그들의 구미와 수요에 맞는 집을 구해서 주는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에 더해 합작사와의 갈등, 관청에서의 승인지연 등으로 인해 첫 삽을 뜨지도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갔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던 중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가 터졌다. 중국에 진출해 있던 많은 한국기업들이 철수했다. LG그룹 역시 긴축경영에 돌입했고 베이징사옥건설 프로젝트도 추진력을 잃었다. 당시 박 고문은 사옥건설계획을 포기하는 방안을 모색했지만 중국 당국은 오히려 LG에게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며 붙잡으려 했다.
1995년에 베이징에 와서 4년정도 사옥을 건설한 후 귀국할 작정이었던 박고문이었지만, 베이징생활은 이렇게 운명적으로 길어지게 된다. 우여곡절을 겪던 사옥건설계획은 2001년 베이징올림픽 개최가 확정되면서 다시금 탄력을 받았다. 그리고 중국당국과의 협상 끝에 2002년 1M2당 매입가격을 2800위안으로 확정하고 그해 8월 첫삽을 떴다. 지난해 인근 오피스빌딩용 부지는 1M2당 최고 2만7000위안에 낙찰됐다. 환율까지 감안한다면 부동산개발만으로 무려 10배 이상의 평가이익을 남긴 셈이다.
박고문은 “남에게 팔 건물이 아닌 우리가 사옥용으로 만들 건물이었기 때문에 더욱 정교하게 만들려고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말했다. 설계는 미국업체인 SOM이 맡았으며, 내진설계, 자동빌딩제어시스템, 내부기둥이 없는 컬럼프리, 센서에 의한 자체통제와 온도조절 등의 최첨단 기능을 적용했다. 건설에 모두 4억달러가 투자됐다. LG그룹 베이징사옥의 지분은 LG전자가 57%, LG화학 18%, LG상사 25%로 이뤄져 있다.
착공후 3년3개월만인 2005년 11월 LG의 중국사옥은 완공됐다. 완공과 동시에 나이키, UBS, BCG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입주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LG사옥은 생긴모습이 립스틱과 흡사하다고 해 ‘립스틱건물’이라는 별칭이 붙으면서 창안가의 랜드마크 건물로 자리잡았다. 박고문은 2011년부터 국내 유력한 건설공정관리 회사인 한미글로벌의 베이징지사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이력 ▲1949년 3월 경북 구미 ▲1972년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1974년 삼성그룹 입사 ▲1977년 LG건설(현 GS건설) ▲1978년 LG건설 사우디 주재원 ▲1981년 독일프랑크푸르트 주재 ▲1984년 사우디 주재원 ▲1990년 LG건설 해외영업부장 ▲1992년 LG건설 이사 ▲1995년 베이징 LG빌딩발전유한공사 총경리 ▲2003년~2004년 중국한국상회 회장 겸임 ▲2005년 베이징대 중국경제연구센터 MBA ▲2008년 LG전자 고문 ▲2011년 한미글로벌 베이징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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