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매월 50만개 일자리 늘어나야”…롬니 유리
◆2012년 미 대선 관전법
1) 문제는 경제다
2) 인종별 지지도
3) 보혁대결
미국 대통령 선거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재선을 노리는 버락 오바마(민주) 대통령은 최근 '동성결혼 찬성'이라는 예상치 못한 카드로 소수계와 진보세력 결집을 촉구하고 나섰고, 사실상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결정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중도 보수세력의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대선 이슈를 간추려보면 △중산층 위기를 몰고 온 경제 문제 △흑·백 갈등을 포함한 다양한 인종별 표심 △동성결혼을 이슈로 한 보혁 대결 등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경제 문제는 공화당이 쉽게 오바마를 공격할 수 있는 좋은 소재다. 지난 2008년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흑인, 아시안, 라티노 등 소수계 인종이 오마바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지도 관심이다. 그동안 중도층 표심 잡기에 주력했던 오바마는 동성결혼 지지를 선언함으로써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이들 세력에 다시 한번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보수·기독교 유권자들을 줄곧 공략했던 롬니는 이 기회를 이용해 중도층 표심까지 잡는다는 계획이다.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큰 쟁점은 역시 경제 문제다. 지난 2008년 이후 미국은 극심한 경제 침체를 겪어왔고, 이 와중에 중산층은 주택을 날리고 저소득층은 일자리를 잃는 등 생활고가 극에 달했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그동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정책 실정에 대해 집중 공격했다. "비즈니스맨 출신(사모펀드 베인캐피털 창업자이자 CEO)인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오바마가 망가뜨린 미국 경제를 더 빨리, 더 좋게 개선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오바마는 "2009년 초 취임했을 당시 나락에 빠졌던 미국 경제를 실업률과 경제성장률 등에서 크게 개선시켰다"며 오히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공화당)의 실정 때문에 나라가 이렇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롬니가 CEO였을 당시 직원들을 대거 해고했고 주지사 때도 매사추세츠의 실업률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반격에 나섰다.
최근 들어 대선 이슈가 오바마 대통령의 동성결혼 찬성 선언으로 보혁 대결로 나아가는 듯하지만, 이렇듯 심각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확실하게 오바마의 재선이나 롬니의 당선을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미국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삶은 그동안 피폐해졌다.
그나마 오바마에게 유리한 점은 미국 유권자 중에서 '현재의 경제 문제는 전임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의 잘못'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를 당하고 나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무리하게 일으켰고, 이 때문에 미국 경제 및 정부 재정이 거덜났다고 보는 유권자들이 여전히 많다.
이에 따라 공화당에서는 실업률과 주택 차압 등 유권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주요 경제지표가 개선되지 않을수록 롬니에게 유리하다고 본다. 어찌보면 공화당은 올해만큼은 미국 경제가 나아지지 않기를 바라는 세력일 수 있다. 통계상으로도 대선의 해 실업률이 7%(지난 4월은 8.1%) 이상이었을 때 재선된 대통령이 없었다. 따라서 정권 교체를 노리는 공화당의 롬니 측에서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주요 경제지표에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다. 롬니는 "적어도 매월 50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나야 하는데, 오바마 집권 하에서는 경제 개선이 너무 더디다"고 공격하고 있다.
현 행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오바마는 롬니와 공화당의 공격에 대해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가장 큰 장점은 어떤 지표든지 나아졌다면 자신의 실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주택 차압 물건이 1년에 몇 백만채가 쏟아졌던 2009년 이후 시점을 기준으로 미국의 주택 차압은 안정세로 돌아섰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오바마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홍보 기회다.
오바마 행정부가 주택채권을 구입하는 준공사 성격의 '패니매'와 '패니맥'을 통해 주택 모기지(담보부)채권을 대거 사들이면서 주택 차압을 막고 주택 소유주들을 보호한 것은 인정받는 분위기다. 1, 2차 양적완화는 바로 주택 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정부의 몸부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바마의 주택 재융자 및 재조정(모디피케이션)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는 이 정책에 대해 공화당은 "실제 혜택을 본 주택 소유주들은 기대한 만큼 많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오바마 프로그램으로 집을 지켰다는 유권자들이 많아지고 있어 민주당에는 유리하다. 가장 최근 오바마가 들고 나온 주택 정책은 주택 모기지 잔액 중 최고 15만 달러를 탕감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오바마 주택 정책 프로그램이 나왔지만, 이렇게 과감하게 모기지 원금을 탕감하겠다는 정책은 나온 적이 없었다.
지난해 미국은 사상 초유로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사태를 맞았다. 정부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놓고 민주당의 백악관과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벼랑끝 대치 협상을 벌였고 결국 공무원연금 보전 등의 정부채무 부분에서 디폴트 상황이 벌어졌다. 이로 인한 금리 인상 등 모든 피해는 결국 유권자들이 본다는 반발이 하늘을 찔렀고 결국 미국 의회를 비롯한 정치권은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미국 유권자의 상당수가 이 같은 사태의 책임은 공화당에 있다고 보고 있어 오바마에게는 다행이다.
따라서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냐 롬니냐'는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하반기 실업률과 주택 차압 건수를 먼저 챙겨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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