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 베이징의 코리아타운인 왕징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예술의 거리 ‘798 예술구’에서는 지난 19일부터 김남오 화백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6월18일까지 한달동안 진행되는 개인전을 찾은 관람객들은 김 화백의 작품에 상상력이 돋는 듯 연신 눈을 반짝이며 쳐다본다. 특히 파란 눈의 서양인들은 그의 예술적 창의력에 탄성을 아끼지 않는다.
설치미술가로 중국에서 입지를 다져온 김 화백의 전공은 본래 수묵화였다. 목원대 미대를 졸업해일본 무사시노대학에서 연구과정을 밟았던 그가 베이징땅을 밟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20년전, 한중수교가 이뤄지던 해인 1992년 2월이었다.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문화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일본유학 이후의 유학지로 중국을 선택했다. 당시 그와 같은 생각으로 베이징에 온 미술가들이 10명이 넘었다. 그는 중국 최고의 미술학교인 중앙미술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당시 중국 톱클래스 수묵 인물화가인 야오유둬(姚有多, 작고) 교수의 지도하에 인물화를 공부했다.
석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1999년 귀국해 우송정보대학 미술과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고국의 대학교수로 안정된 삶을 살아왔지만 중국에서 화가로 승부를 보고싶다는 열망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그는 2003년 다시 베이징땅을 밟는다.
힘든 생활이 이어졌다. 중앙미술학원 동창들이 교수로 있는 대학에서 강의를 나가면서 미술작업을 지속했지만 가난한 화가의 길은 길어져만 갔다. 그리고 그는 2004년 설치미술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는 “수묵화가 가지는 표현력으로는 내 상상력과 창의력을 구현해 내기 힘들었다”며 “내 작품의 주제는 주로 전통과 현대의 조화와 모순이었다”고 설명했다. 방향을 전환했지만 힘든 나날은 개선되지 않았다. 베이징 밤하늘의 달빛에 눈물이 절로 떨어지곤 했다.
2007년 그는 쓰라린 아픔을 겪는다. 화랑에서 본인의 작품을 구매해 갔던 한 한국인이 다음날 환불을 요청해 왔다는 것이다. 환불의 이유는 작가가 한국인이라는 것이었다. 작품이 아무리 완성도가 뛰어나더라도 한국인의 그림은 미래 환금성이 떨어져 투자가치가 낮다는 논리였다. 김 화백은 순간 자신의 예술활동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동안 깊은 슬럼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이후 2008년 김 화백은 산시(山西)성에서 보았던 골동품 가구에서 착안해 상자모형의 작풍을 고안해 냈다. 그가 산시성에서 마주친 가구는 그야말로 옛스러운 것이었고 가구의 문을 열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 같은 몽환이 들었다. 몽환이 깨지는게 두려웠던 그는 끝내 가구의 문을 열어보지 않았다.
베이징에 돌아온 그는 골동품 나무상자 안에 작품을 넣고 조그마한 창문을 만들어 그 사이를 통해 감상할 수 있는 예술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무상자 안쪽 면을 모두 거울로 만들어 시각적으로 무한공간을 창조해냈다. 이 같은 예술품은 세계에서 김 화백이 최초로 만들어 낸 것이다.
사람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의견에서부터 충격적이고 황홀하다는 감상까지 다양했다. 그리고 작품이 하나 둘 팔리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주로 영국, 프랑스, 독일인 등 유럽사람들이었다. 그는 “서양인들에게 제 작품이 많이 팔리는 것은 제 작품이 그들의 입맛에 맞아서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큰 이유는 이 곳이 중국이기 때문”이라며 “한국과 달리 중국에는 세계의 수많은 콜렉터들이 몰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이는 곧 중국에서 인정받으면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의 가족중에는 7명이 화가다. 매형은 유명한 서양화가인 김강용 화백이고, 누나는 역시 서양화가인 김인옥 화백이다. 김강용 화백의 딸인 김재원 양도 화가다. 그리고 김 화백의 장인인 류전둥(柳振東) 화백은 유명한 중국의 수묵화가다. 부인인 류샤오레이(柳小磊)도 화가이며, 처남인 류샤오후이(柳小輝)는 베이징 중앙미술학원 교수다.
◆주요약력 ▲1960년12월 대전 ▲1984년 목원대 미대 졸업 ▲1989~1991 일본 무사시노대학 연구과정 ▲1992년~1999년 중국 중앙미술학원 석사연구생 ▲1999~2003 우송정보대학 교수 ▲2003년~현재 베이징 작품활동, 치치하얼(齊齊哈爾)사범대학 미술과, 쯔보(淄博)직업대학 미술과 강의전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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