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펀드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펀드 이름을 바꿔 투자자로부터 관심을 새롭게 끌고 내부적으로도 펀드를 재정비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과거에도 별다른 주목을 못 받던 펀드가 이름을 바꾸면서 돈이 모이고 수익률도 좋아져 인기 펀드로 탈바꿈한 사례가 많았다.
반면 이름만 바꿨다고 좋은 펀드가 되는 것은 아닌 만큼 과거 성과가 어느 정도 뒷받침되고 있는지 확인한 뒤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3개 자산운용사의 4개 펀드(클래스와 MMF 제외)가 이름을 변경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에 단 한건에 그쳤고, 2월과 3월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합병으로 인한 이름 변경을 제외하고는 단 한 건의 ‘집합투자기구의 명칭 변경’ 공시도 없었다. 1월에도 대신자산운용의 4개 펀드만이 이름을 바꿨다. 이를 비교해보면 이달 들어 펀드 이름이 꽤나 바뀌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23일에는 우리자산운용의 주력 액티브펀드인 ‘우리 프런티어 우량주 증권 투자신탁 제1호[주식]’이 ‘우리 위풍당당 대표주 증권 자투자신탁 제1호[주식]’로 이름을 바꿨다. 같은 날 ‘우리 코리아 블루오션 증권 투자신탁 제1호[주식]’도 ‘우리 행복을 드리는 증권 자투자신탁 제1호[주식]’로 개명했다.
이에 대해 차문현 우리자산운용 사장은 “펀드 이름을 새롭게 다는 만큼 운용전략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시작하는 맘으로 상위10% 안에 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ING자산운용도 지난 3일 ‘ING 코아성장주증권투자신탁1호(주식)’을 ‘ING 중국내수수혜국내증권자투자신탁1호(주식)’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펀드 명칭에 운용전략을 반영해 이름 변경한 것이다.
지난 2일에는 마이다스자산운용이 ‘마이다스 그린 SRI 증권 투자신탁(주식)’의 이름을 ‘마이다스 책임투자 증권 투자신탁(주식)’로 고쳤다. 사회책임투자(SRI)펀드라는 용어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알기 어렵다는 인식에 보다 더 쉬운 이름인 책임투자로 변경했다고 이 운용사는 밝혔다.
펀드 개명을 통해 투자 대상이나 펀드 운용 특징을 더 구체적으로 알리면서 실제 펀드 판매가 늘어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상품이 한국투자신탁운용 ‘한국네비게이터주식펀드’다. 지난 2007년 ‘한국 부자아빠 성장주식펀드’에서 간판을 바꿔단 이후 펀드 환매 홍수를 이루는 가운데도 이 펀드는 2008년 3000억 원, 2009년 2200억 원, 2010년 319억 원의 자금을 새롭게 끌어 모으며 운용 순자산 1조8000억 원을 웃도는 초대형 펀드로 성장했다.
다만 펀드명칭을 바꾸는 것만으로 펀드시장 활성화 및 수익률 제고 등의 효과를 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자칫 투자자들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펀드를 무조건 늘리는 것보다 기존 펀드를 정상화시킨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한 시도"라면서도 "사람도 이름을 바꾼다고 팔자가 고쳐지는 게 아니듯이 펀드도 외형을 바꿨다고 해서 펀더멘털이 바뀌는 것은 아니듯이 과거 성과와 운용 스타일 등을 꼼곰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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