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중산층의 몰락…가구 자산 39% 줄어 1992년 수준

아주경제 송지영 워싱턴 특파원=최근 불어닥친 미국 경기 침체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미국인들의 개인 자산이 무려 39%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준(Fed)은 11일(현지시간) 미국 가구의 ‘중간 순 자산(median net worth)’이 이 기간 동안 12만6400달러에서 7만7300달러로 39% 감소해 지난 1992년 수준으로 움츠러들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2007년 이후 강풍처럼 미국 경제를 강타했던 부동산 거품 붕괴와 이후 불어닥친 경기 침체로 주택 등 자산 가치와 소득이 모두 감소했기 때문이다.

연준은 “자산 가치가 40% 가까이나 줄었다는 사실은 지난 수년간 미국 가구가 경험한 고통의 크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며 “거의 20년 전 수준으로 하락한 가구 자산이 회복되기 위해서 앞으로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가늠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거품 붕괴와 경기 침체로 가장 큰 고통을 당한 계층은 중산층이었다. 부유층, 저소득층 중에서 이들의 순 자산 하락 폭은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부유층들의 자산은 오히려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가지 긍정스러운 점은 미국인들이 가진 크레딧 카드 부채 잔고 평균이 3100달러에서 2600달러로 감소한 것이다. 또한 전체 가구의 약 25%가 아예 크레딧 카드 빚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레딧 카드 부채 잔고가 하락한 것은 같은 기간 동안 은행과 크레딧 카드 회사들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최대 50% 이상 한도를 줄인 것도 작용했다. 은행들은 카드 소유자의 동의 없이 이 기간 동안 한도를 대폭 줄여 불만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교 학비 등 소비자들의 중요 지출 항목들이 지난 10여년 동안 거의 해마다 상승하면서 가계가 진 평균 부채는 거의 줄지 않았다. 거의 11%의 가구가 적어도 한 개 이상의 채무 상환 기일을 60일 이상 늦었다고 답해 2007년 7% 보다 증가했다.

게다가 2007년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부채를 안고 있음에도 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3년간 중간 소득은 거의 8%가 하락해 2010년 4만5800달러를 기록했다. 또한 은퇴를 위해 준비해온 개인은퇴계좌(IRA) 등의 잔고는 7%가 하락한 4만4000달러에 그쳤다.

연준은 “가장 큰 고통은 역시 주택 가격 하락이었다”며 “미국 가구가 보유한 주택 중간 가격은 평균 42%, 즉 5만5000달러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저소득층들이 주택 가격 폭락으로 가장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지만, 중산층들은 자신들의 순 자산 가치에서 주택 비중이 가장 컸기 때문에 못지 않은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퓨 리서치 센터의 리서치 부 디렉터 라케쉬 코크하는 이 같은 현상을 ‘역 자산 효과(reverse wealth effect)’라고 정의했다. 주택 가격이 상승할 때 소비자들은 주택을 팔아 현금을 손에 쥐지 않아도 지출을 늘릴 수 있었지만, 반대로 주택 가격이 폭락하자 이에 따른 역풍을 맞았다는 것이다. 연준에 따르면 이 같은 ‘종이 자산(paper wealth)’ 폭락은 약 11%에 이르렀으며 미국인들 전체 자산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연준의 미국인 가구 자산 조사는 3년마다 시행되고 있으며, 다음 조사 시한인 2013년까지 미국인들 자산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공황 같은 경기 침체로부터의 회복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임을 연준은 예고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제3회 보훈신춘문예 기사뷰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