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당시 당첨된 사람은 이제 분양받은 아파트를 '애물단지'로 취급한다. 이미 들어온 입주자는 손해를 보더라도 나가려 하고, 곧 입주를 앞둔 사람은 교통 걱정과 자녀 교육 걱정은 물론 기존에 살던 주택을 못 팔아 잔금 낼 돈이 없어 걱정이다. 송도·영종과 함께 인천경제자유구역 중 하나인 '청라지구' 얘기다.
◆분양가 이하 매물 수두룩
지난 17일 저녁 기자는 인천 청라지구에 위치한 주상복합 건물인 엑슬루타워를 찾았다. 작년 12월 입주가 시작됐지만 실내에 불이 켜진 가정은 적었다. '불 켜진 집 세기'가 손쉬울 정도다.
다른 단지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비슷했다. 힐데스하임 아파트 한 동은 총 122가구 중 3분의 2 정도인 70가구 정도 불이 꺼졌다.
2012년 5월까지 청라지구에서는 26개 단지(2010년 5개, 2011년 15개 단지, 2012년 6개 단지)가 입주를 시작한 상태다. 만약 한 가구도 안 빼고 입주를 마쳤다면 1만6191가구가 입주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 곳곳은 어디든지 한산하다. 버스정류장·슈퍼마켓에도 사람이 드물다. 이러한 상황은 지역 부동산 벽면에 '-10%, 이자 지원'이란 유인 문구가 붙게 했다.
분양가 대비 10% 낮은 가격에 주택을 내놓는 것은 물론 금융권 대출로 집을 사면 이자를 대납한다는 뜻이다. 이같은 '파격 매물' 안내는 흔했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청라지구 아파트 보유자의 시름은 점점 커져간다. 탈출하려는 사람이나 머무르려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이미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한가득인 요즘, 청라지구는 올해 2분기에 아파트 5개소가 입주한 데 이어 3분기에 아파트 4개소가 입주한다. 기존 집이 팔리지 않는 등의 이유로 잔금 마련에 실패한 사람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잇따라 분양가 대비 저가에 매물을 내놓는데 물량만 더해지는 것이다.
최근 하나금융지주 사옥 이전 발표 등의 호재로 아파트값이 다소 오르긴 했지만 아직도 다수는 분양가 이하 수준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0년 6월 입주한 청라자이 전용 123.63A㎡형은 분양가가 4억4200만~4억6270만원이었으나 현재 시세는 4억원 선이다. 3억9500만원에 나온 매물도 있다.
2011년 10월 입주한 한라비발디의 전용 130A㎡ 주택형은 4억원 선에 시세가 형성됐다. 3억 8800만원의 급매물도 발견된다. 4억3000만원의 분양가에 비해 초라하다.
청라지구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시세는 분양가 대비 5~15% 떨어졌다"면서 "(청라는) 부동산 불황기에 생기는 현상을 모두 다 접할 수 있는 블랙홀"이라고 말했다.
▲분양가에 비해 저렴한 값에 매매가가 형성된 인천 청라지구의 어느 부동산 외벽.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10%나 붙은 것은 물론 대출시 이자비용을 지원하는 주택도 매물로 흔하다. [사진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
◆저점에 근접하긴 했지만 아직 투자는 금물
청라지구에 저가 매물이 늘자 '이제 들어가 볼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는 신중하게 접근하라 조언한다. 청라지구의 경우 시장 침체 영향도 받지만 형편없는 인프라 구축도 원인이란 것이다.
자족형 업무·상업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채로 아파트만 가득한 청라지구는 서울 가기도 어렵다. 광역급행버스(M버스)가 있지만 서울 강남 방향은 없다. 검암역(공항철도)을 오가기도 거리와 달리 어렵다. 화력발전소와 쓰레기매립장 등 환경 악재도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청라지구에 최근 호재가 많긴 하지만 아직 공사 중인 현장 때문에 분진과 소음이 적지 않다. 교통 및 교육 여건도 좋지 않은 편"고 덧붙였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시장 회복의 끝에 청라지구가 있다"며 강한 주의를 준다. 박 대표는 "시장 상황은 모두 안 좋다"고 전제한 후 "청라지구는 외곽 지역이고 악재 요소가 많다. 송도가 살아나고 청라에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