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명철 기자='거래 저조, 시세 하락, 미분양 증가….'
계속되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아파트시장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서울·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1년 전보다 반토막 나기 일쑤고, 아파트값은 도무지 상승세를 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꾸준히 줄어들던 미분양 물량도 최근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아파트시장 흐름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들이 모두 난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청약 열기와 아파트값 상승 등으로 회복세를 보이던 지방 주택시장도 최근 들어 주춤한 모습이다.
정부가 지난달 '5·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는 등 주택시장 정상화에 노력 중이지만 ‘백약이 무효’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나 취득세 등 거래 관련 세금 감면 등의 특단의 조치가 나오지 않고서는 시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추가 대책이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거래 끊기고 미분양 쌓이니 집값 '뚝뚝'
21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6만2325가구로 전달(6만1385가구)보다 940가구 늘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만의 증가세다.
서울·수도권(2만6596가구)은 신규 미분양(1000여가구) 발생으로 전달(2만6115가구)보다 480가구 늘었다. 청약 열기와 업계 자구 노력에 힘입어 감소세를 이어가던 지방(3만5730가구)도 전달보다 460가구 늘어 5개월 만에 미분양 물량이 소폭 증가했다.
조은상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그동안 미분양 물량이 줄었던 것은 신규분양 감소에 따른 상대적 현상이었다”며 “분양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분양이 잇따를 경우 미분양은 더 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거래시장은 사정이 더 안 좋다. 올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시장이 침체를 겪던 지난해보다도 더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취득세 추가 감면(2%→1%) 혜택이 끝난 후 올 1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전국 1만5181건, 서울·수도권 4479건으로 전년 동월보다 각각 66.5%, 72.1% 급감했다.
2월에는 전국 3만8694건, 서울·수도권 1만2697건으로 늘어났지만 여전히 1년 전보다는 36.2%, 44.0% 감소한 수준이었다. 대책이 발표됐던 5월에도 전국 4만5641건, 서울·수도권 1만4752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23.2%, 21.9% 각각 줄었다.
매수세가 위축됨 따라 거래가 줄면서 아파트값은 하락 추세다. 국민은행 시세통계 자료를 보면 올해 1~6월 전국 아파트값은 0.6%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4.7% 상승)보다 가격 상승률이 4.1%포인트나 빠진 것이다. 서울·수도권의 경우 아파트값이 오히려 0.9% 떨어졌다. 지방 중소도시도 같은 기간 7.8%에서 2.1%로 상승 폭이 크게 줄었다.
◆'백약이 무효'인 시장, 처방전은
정부는 최근 들어 부동산시장 호황기 때 도입됐던 규제들을 대부분 풀면서 시장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투기지역·주택거래신고지역을 해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때 당시 시장에서는 DTI 완화와 취득세 감면 등 금융·세제 관련 추가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잠시 들썩였지만 이내 수그러들었다. ‘한 방’이 있는 대책이 아니라면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게 된 계기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D공인 대표는 “인근 은마아파트 전용 76㎡가 대책 발표 전 8억5000만원 선이었다가 지금은 4000만원가량 내렸다”며 “DTI 규제를 풀고 취득세나 양도세 등도 대폭 감면해야 매수세가 따라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침체가 계속되자 국토부는 지난 18일 분양가 상한제 폐지 및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골자로 한 관련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의 의지를 다시 한번 강하게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이들 법안은 상당 기간 계류된 바 있어 언제쯤 실제로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의 침체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만큼 이제는 정부가 DTI 완화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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