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고위 경제관료 출신인 금융권의 한 원로는 최근 이같이 강조하며 "정부가 금융권 옥죄기로 우리 은행들의 가치를 떨어뜨려 결국 커다란 국가적 손실을 입히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로 인해 국가경제의 든든한 버티목 역할을 해야 할 금융권이 수난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로존 재정위기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당국은 규제 일변도의 관치(官治)를 지속해 금융권을 궁지로 몰고 있다는 것. 상황이 이처럼 열악한데도 들끓는 반(反)금융 정서 때문에 하소연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게 이 원로의 설명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와 산은금융지주 기업공개(IPO) 등 국내 금융시장 판도를 뒤흔들 만한 대형 이슈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금융 주가는 민영화 방안이 발표된 지난 4월 29일 1만1950원에서 23일 현재 1만1450원으로 오히려 두 달 만에 4.2%가량 떨어졌다. 연말 IPO를 앞둔 산은금융도 국내 은행주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대해 금융지주 회장을 지내기도 한 그 원로는 "정부가 지분을 보유 중인 금융회사를 민영화해 공적자금을 회수하겠다면서 각종 규제로 은행들의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주가가 이렇게 떨어져 있는데 민영화가 제대로 되겠느냐"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당국의 지나친 규제로 은행주 가격이 급락하고 금융산업이 활기를 잃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당국이 각종 금융규제를 내놓을 때마다 관련 기업의 주가는 크게 출렁였다.
지난해 8월 24일 가계대출 확대를 억제하는 정책이 발표되자 은행주는 3%가량 하락했다. 당국의 요구로 은행들이 대출금리 및 수수료 인하에 나섰던 지난해 11~12월에는 주가가 평균 4.5% 급락했다.
지난해 월별로 은행주가 코스피 상승률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2개월에 불과하다. 나머지 10개월 동안은 늘 시장 평균 수익률을 밑돌았다.
업계에서는 금융회사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로 유로존 재정위기와 함께 규제 리스크를 꼽고 있다.
최근 금융지주회사들이 부실 저축은행을 잇따라 인수하고 있는 데 대해 금융지주에 미칠 손실규모보다 규제 일변도의 당국 입장이 재확인됐다는 측면에서 우려스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매각 입찰에 우리·산은금융과 기업은행을 참여시킨 것도 시중은행의 저항을 차단하기 위한 당국의 조치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당국을 강하게 비판하던 그는 과거 금융지주에 재임하던 시기의 경험을 언급하며 "사상 최대 이익을 냈는데도 적정한 배당을 하지 못하게 하면 누가 국내 은행에 투자를 하겠느냐"며 "정책을 수립할 때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데 한쪽으로 치우친 시각을 갖고 접근하니 편향적인 정책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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