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정치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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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1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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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송지영 기자=한국에서는 대법관 등 주요 인사들의 임명 청문회만 있으면 시끄럽다. 해당 인물의 능력이나 정치적인 성향, 밟아온 길 등이 논란이 아니고 대부분 위장전입, 세금탈루, 음주운전, 뒷거래 뇌물 수수 등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불법을 저지른 일이 문제다.

당사자는 그런 잘못을 진실로 한 일이 없는 데도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한다면 당연히 그 또한 불법적인 비난이지만 많은 경우 후보자는 “미안하다”는 뜻을 표한다. “그땐 부족했다”는 반성도 가끔 표명한다.

미안하다고 사죄했다면 당시 적발은 안됐지만 불법을 저지른 것을 인정한 것인데, 막상 후보자 자리는 사퇴하지 않는다. 법은 지키라고 만든 것인데, 지키지 않았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왜일까? 여기서 정치 후진국과 선진국의 차이가 나타난다고 판단된다.

‘법은 사회적 약속이요 만일 어겼을 경우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사회적 문제가 되기 때문에 처벌할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회의 리더들을 포함해 사회 구성원들이 문제가 된 관련 법들을 지키지 않아 왔다고 유추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나에게 문제를 삼는 질문을 하는 당신도 위장전입 정도는 해보았을 텐데 나를 문제삼을 수 있나”란 생각이 도사리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법을 다스리는 자리에 오를 인물이 법을 지키지 않고서도 ‘그래도 난 저자리는 올라야겠다’고 눈을 꿈뻑이며 앉아있는 모습이 참 애처롭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세금 내기 좋아하는 사람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법테두리 안에서 또는 일부는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세금을 줄이기 위해 몸부림친다. 아무리 정부가 좋은 일을 한다고 해도 자기 돈을 눈 앞에서 뚝 떼어가는 데 기분 좋을 리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소득도 속이고 탈세도 한다.

대통령 추천 임명직에 오른 많은 사람들도 한 때 탈세를 해보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 청문회에서 탄로가 난다. 또 “미안하다”고 그냥 넘어간다면 이들은 공인의 탈을 쓰고 사적인 이익을 취한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일반 시민들의 사적인 욕심도 결코 이들보다 낮다고 할 수 없지만 이들은 말 그대로 개인들일 뿐이다. 사회나 공적 조직의 대표나 중책을 맡아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급여를 받겠다고 나선 사람들과는 절대 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

얼마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추천한 네덜란드 대사 내정자가 자진 사퇴했다. 상원 청문회가 열리기 직전이었다.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것 때문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언론에 그 사실이 공개되기 전이었다. 백악관과 당사자가 음주운전 경력자는 대사로는 곤란하다는 대화를 나누었고 본인이 기꺼이 사퇴했다.

워싱턴 DC의회 의장도 자기가 거주할 주택을 구입하며 받은 모기지(융자)가 직책의 권한을 남용해 받았다고 자리를 내놓았다. 남의 돈을 받은 것도 아니고 좀 유리한 조건으로 융자를 받은 것 뿐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난 주택시장 거품 때 엉성한 서류 등으로 거의 ‘불법 모기지’를 받았다. 그러나 DC의회 의장은 법을 어겼기 때문에 의장직을 스스로 내놓았다. 그 와중에 “남들도 다 그랬는데…”라는 변명은 하지 않았다. 법을 만들고 지키며 사회를 이끌 리더들은 바로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

대중도 물론 문제다. 범법 사실이 드러난 후보자들이 사퇴도 안하고 또 임명권자가 임명 철회도 안하는데 대중은 무감각하다. 본인들도 똑같은 범법을 저질렀기 때문인가? 만의 하나 그렇더라도 대중은 이같은 리더들의 공직 임명을 강하게 반대해야 한다. 이는 위선이 아니다. 공직에 나가 조직과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들은 일반 시민과 달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가? 위에서 맑은 물이 콸콸 흘러야 대중과 사회 속에는 “위로 올라가려면 저정도 청렴도와 능력을 갖추고 대단한 노력을 해야 하는구나”란 교훈이 전해진다. 최근 한국에서 열렸던 대법관 후보 청문회를 보면서 느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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