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규 분양 단지를 선보여 좋은 성적을 거둔 중견건설업체 A사. 워크아웃 중인 이 회사는 분양은 잘됐지만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채권단에서 분양 대금으로 들어온 자금 중 공사비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다 가져가 버렸기 때문이다. 채권 회수 명목이다.
최근 지방 분양시장이 활기를 되찾자 구조조정(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중인 건설사들도 잇따라 아파트 분양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워크아웃 중인 동일토건은 다음달 천안에 용곡2차 동일하이빌 592가구를 내놓는다. 법정관리 상태인 월드건설도 대림산업과 공동 시공으로 대구 달서구 월배지역에 중소형 아파트 1000가구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밖에도 구조조정 중인 건설사 가운데 올 하반기 울산·광주 등 지방에 보유하고 있던 마지막 택지에 분양을 준비 중인 곳이 상당수다.
올 상반기 분양에 나서 좋은 성적을 거둔 건설사들도 적지 않다. 동문건설과 중앙건설은 지난달 부산에서, 신동아건설은 울산에서 분양에 성공했다. 모두 알짜 사업장으로 분양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조조정 건설사들의 신규 분양사업장은 재기 발판이 아닌 채권단의 자금 회수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들이 선보이는 분양 사업장은 회사가 경영 상황이 나빠진 이후 처음이자 동시에 거의 마지막 분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채권단이 우량 분양사업장 대부분을 다른 회사에 팔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구조조정 중인 25개 건설업체의 유형 자산·재고 자산은 2008년까지 증가하다가 2009년 이후 급감하고 있다. 워크아웃 업체는 2008년 3조2242억원에서 2011년 1조5829억원으로 50.9% 감소했고, 법정관리업체는 6673억원에서 3628억원으로 45.6% 줄었다.
건협 관계자는 “유형·재고 자산은 사옥, 사업용 토지, 수주 사업장까지 영업 활동과 직결되는 자산이어서 장기적으로 경영 정상화를 저해할 우려가 크다”며 “수익에 따른 일부 자금은 재투자돼야 기업 회생이 가능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입장이 다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결정하는 1차 목표는 사실 채권 회수에 있다”며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면 모를까 무작정 신규 자금을 투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구조조정 중인 건설사 가운데 상당수가 머지 않아 아파트 사업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법정관리 중인 중견 건설업체인 B사 홍보 담당자는 “채권단이 돈 될 만한 건 모두 팔아치워 더 이상 사업을 할 수 있는 곳이 남아 있지 않다”며 “회사 창업 초창기로 돌아가 소형 건축사업 수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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