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폭로와 비난…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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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2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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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송지영 기자=올해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왔던 미셸 바크먼(미네소타) 연방하원의원이 주축이 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오랜 여성 보좌관 후마 아베딘(37)에 대해 스파이라는 근거없는 비난에 나섰지만 당내외의 거센 역풍에 부딪쳤다.

바크먼 의원은 최근 클린턴이 수장으로 있는 국무부는 물론이고, 법무부, 국토안보부 등 정부부처에 공문을 보내 “가족이 무슬림형제단과 관계된 후마 아베딘은 물론이고 정부 곳곳에 침투해 있는 무슬림 의혹 세력들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찌보면 이같은 주장은 국가안보를 위한 연방의원의 당연한 문제제기로 보이지만, 아베딘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에게는 거의 스파이혐의로 여겨지는 발언이다. 클린턴 장관도 정치적으로 매우 부담스러운 공격이 아닐 수 없다. 1950년대 공산주의자 색출을 위한 매카시즘 광풍의 시작 단계와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다.

인도계와 파키스탄 이민자 부모를 둔 아베딘은 이슬람교도다. 클린턴 장관과의 인연은 1990년대 퍼스트 레이디 시절부터 시작된다. 고정간첩인 아베딘이 클린턴 대통령 내외와 가깝게 지내면서 미국의 고급 정보는 다 빼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도 자연스럽게 든다.

그러나 바크먼 의원의 주장에 대해 민주당이 아닌 공화당에서 먼저 이례적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구체적인 혐의가 없는데도 인종이나 종교 때문에 한 개인을 비난하는 것은 미국사회에서는 용납되지 않는다. 비난과 비판이 오고가는 정치 현장이지만 근거없는, 게다가 젊은 여성 보좌관한테는 너무 가혹한 공격이라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포문은 공화당의 '오피니언 메이커' 존 매케인(애리조나) 연방상원의원이 열었다. 매케인 의원은 최근 의회에서 "아베딘을 아주 오랫동안 지켜보았고 잘 안다"며 "바크먼 의원이 필두가 되어 제기한 근거없는 비난을 당장 중단하라"고 강경하게 요청했다.

매케인 의원은 "오래전부터 워싱턴 DC와 의회에서, 또 클린턴 장관의 해외 순방길 동행에서 아베딘을 보아왔다"며 "그녀는 성실하며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임에도 성숙하게 미국의 국익을 위해 일해왔다"고 옹호했다. 그는 또한 "바크만 의원의 비난은 이민자의 자녀로서 미국에서 성공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 젊은 여성에 대한 잔인한 공격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매케인 의원은 마치 자신의 딸이 근거없는 공격을 당하는 아픔을 느끼듯 아베딘을 감쌌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자주 비판, 비난 등 설전을 벌여왔지만 이번엔 달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는 특히 지난해 정부부채 감축을 놓고 충돌하면서 앙숙관계인 존 베이너(공화) 하원의장도 아베딘, 민주당 편을 들었다. 베이너 의장은 "아무 증거도 없이 아베딘과 가족들이 무슬림 급진세력과 관계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일은 아주 위험한 짓"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아니면 말고'의 비난과 비판이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명예훼손이나 무고죄에 대한 처벌이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할 뿐더러 법은 아직도 일반 시민과 가깝지 않다고들 말한다. 미국에서는 의원은 물론이고 검찰도 잘못된 기소를 했을 때는 책임을 져야 한다.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되면 변호사 자격증이 정지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취소가 된다. 특히 노약자, 여성, 어린이, 소외계층 등에 대한 범죄나 공격은 용서가 되지 않는다. 한번의 범죄로 적어도 수십년은 감옥에서 썩을 각오를 해야 한다.

우리도 대선을 앞두고 상대 당을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처럼 보이나, 바로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독립적인 판단과 용기를 배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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