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이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고 있다.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로 수익성이 낮아지자 공급 물량 축소에 나선 것이다. "분양을 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건설업계의 하소연이 더 이상 빈 말이 아닌 듯 싶다.
규모가 큰 업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먹거리 찾기가 시급해졌지만 국내에서는 일거리가 부족한 상황이다. 해외 건설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좁은 분야에서 국내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이에 따라 대형사들은 풍부한 자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남미 등 신시장과 환경·수처리 등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분주하다.
◆"분양할수록 손해"…올 들어 공급 실적 '뚝'
주택사업의 수익성이 나빠진 데는 경기 침체에서 기인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아파트를 아무리 많이 지어봤자 낮은 분양가 탓에 수익이 별로 남지 않고, 심지어 분양도 되지 않으니 고스란히 적자를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자체 주택사업을 주로 하는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수요자들의 안목이 높아지면서 마감이나 첨단 시스템 설치 등에 많은 돈을 투입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땅값은 자꾸만 비싸지는데 분양가는 마냥 올릴 수도 없으니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파트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다보니 대형 건설사들은 점차 분양 규모를 줄여가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대건설은 1941가구, 한화건설은 1389가구, GS건설은 1239가구, 대림산업은 983가구를 공급하는 데 그쳤다. SK건설은 아예 한 곳도 분양하지 않았다.
금융위기 전인 2007년과 비교하면 크게 저조한 수준이다. 당시 분양 실적은 현대건설 7097가구, 한화건설 5996가구, GS건설 1만3131가구, 대림산업 9092가구 등이었다. 5년 전 분양 실적의 절반보다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지난해에만 해도 현대건설이 1만3131가구를 공급한 것을 비롯해 한화건설(5584가구)·GS건설(6524가구)·대림산업(6949가구) 등 대형 건설사들의 분양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만이 올 상반기 8341가구, 7238가구를 각각 공급해 예년 수준을 유지했다.
◆환경·수처리 등 신시장 개척에 박차
국내 업체의 해외 진출은 그동안 중동지역과 토목·플랜트 부문에 몰려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대형사들은 지역 및 공종 다변화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1980년대만 해도 공종별로는 건축·토목 부문, 지역별로는 중동이 대부분을 차지했다"며 "특히 2010년대 들어 수처리·환경 정화사업이나 아시아·아프리카 등으로 수주 분야가 다양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13일 알제리에서 5억달러 규모 엘하라쉬 하천 복원사업을 따냈다. 국내 업체의 하천복원사업 첫 해외 진출이다. 엘하라쉬 하천 하구 18㎞ 구간 수질 개선 및 휴식·문화공간을 조성하는 공사다.
GS건설은 지난 1월 쿠웨이트에서 국내 건설사로는 처음으로 석유오염 토양 복원사업(6700만달러 규모)을 수주했다. 의정부 미군 반환기지 등 국내 오염 토양 복원사업을 진행했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 GS건설은 환경 분야를 새 성장 동력으로 삼고 40억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석유오염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상·하수도 등 수처리사업은 다수의 대형사들이 눈독들이고 있는 분야다. 2010년 기준 세계 물시장 규모는 5000억달러 규모로, 국내 업체들은 1% 점유율 달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GS건설은 담수플랜트 세계 10위권 업체인 스페인의 이니마를 인수해 물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지난 3월 콜롬비아에서 3억5000만달러 규모 하수처리장 공사를 수주했다. 포스코건설은 2010년 물환경사업본부 신설하고 해수담수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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