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 의혹과 과도한 대출 가산금리, 금융노조 총파업 등에 대한 질책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지레 겁먹었지만 회의 내용이 수출 활성화와 기업 지원을 당부하는 선에서 그쳤기 때문이다.
신한·우리·기업·외환·산업·수출입은행 등 6개 주요 은행의 은행장들은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는 서진원 신한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조준희 기업은행장, 윤용로 외환은행장, 강만수 산업은행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이 총출동했다.
은행장들은 예정에 없던 긴급 호출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가계부채 부실을 막기 위한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 등의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또 최근 논란이 된 CD 금리 담합 의혹과 학력에 따른 대출금리 차별에 대한 질책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 대통령이 최근 고임금의 금융권 직원들의 총파업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친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었다.
그러나 실제 회의에서는 우려했던 내용들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이 대통령은 경기침체로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을 좀 더 배려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불경기가 되면 기업의 재무제표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숫자만 보고 대출하지 말고 이렇게 어려울 때는 노력하는 기업들을 적극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은행장은 “수출 부진에 대한 염려 때문에 회의는 다소 딱딱하게 진행됐지만 은행권을 압박하는 모양새는 아니었다”며 “얘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내용들도 언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은행권은 즉각 화답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소상공인 등에 대해 집단대출을 실시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상가나 프랜차이즈에 입점한 소상공인 및 전통상인에 5000만원, 저소득층 영세 가계에 1000만원씩 연간 60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외환은행은 서울보증보험과 공동으로 국외 진출기업, 중소기업, 서민금융 지원을 위한 전략적 포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건설, 수출 등 국외 진출기업을 위한 보증 지원 확대와 중소기업을 위한 매출채권 관련 보증 지원 등이 협약의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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