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김대식 국민은행 중국법인 주비(籌備)위원장은 우리나라 금융인으로서는 최장기간인 11년 동안 중국에서 근무해온 중국 금융통이다. 중국에서 해외은행이 법인을 설립해 영업하기 위해서는 짧아도 1년여 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중국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하며 이후 여러 가지 행정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가 은행의 중국 현지법인설립을 위한 단계에 설치된 과도기적 조직인 주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에게는 2007년 우리은행의 중국법인 주비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며, 우리나라 은행 최초로 법인을 설립해낸 경험이 있다. 우리은행 이후 하나은행, 신한은행, 외환은행 등이 차례로 법인을 설립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중국진출을 모색 중이던 국민은행이 법인설립을 위한 스페셜리스트로 김대식 위원장을 스카우트했고 그는 올해 1월부터 국민은행의 법인설립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 7월23일 중국 은감회에 법인설립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김 위원장은 “최근 중국 금융감독당국의 설립인가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졌지만 늦어도 9월말이면 인가승인을 취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후 여러 가지 행정절차를 밟아 올해 말이면 국민은행 중국법인을 설립하고, 베이징에 1호 점포 개점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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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은 현재 중국 당국으로부터 현지법인 설립인가를 취득하는 절차를 진행중이다. 지난 6월7일 민병덕 국민은행장이 국민은행 베이징사무소를 들러 직원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김 위원장은 한국인이나 한국기업 대상 영업보다는 중국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을 구상 중이다. 그는 “한국기업을 상대로 하는 영업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글로벌 은행을 꿈꾸는 국민은행은 한국기업을 기반으로 하되 무한한 시장잠재력을 지닌 세계 최대 시장에서 중국기업 및 중국인을 대상으로 점차 영업을 확대하는 현지화 영업을 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은행이 가진 폭 넓고 다양한 인적자원, 선진화된 전산시스템, 국내 최고의 상품개발 능력 등의 강점을 바탕으로 현지기업들을 파고들어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현재 여러 중국기업들을 타깃고객으로 설정해 시장 니즈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자 철저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중국 땅을 처음 밟은 것은 한중 수교 전인 1991년 10월1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제회의에 참석했던 고(故) 윤순정 한일은행 은행장은 한중수교가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몇몇 직원들을 홍콩법인으로 추가 파견했다. 한중수교가 이뤄지면 즉시 중국본토로 투입할 요원들을 미리 홍콩으로 보내 현지 적응토록 한 것이다. 김대식 위원장은 이 중 한 명이었다.
이듬해 한중수교가 이뤄졌고, 그리고 그 다음해인 1993년 초에 김 위원장은 상하이로 파견돼 한일은행 상하이대표처를 설립했다. 당시 상하이의 금융상황은 낙후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상하이에서 생활하는 동안 중국의 발전을 확신했다고 한다.
그는 “1993년 중국의 사회과학원에만 한국을 연구하는 박사급 연구원이 350명이 존재했다”며 “사회과학원 뿐만 아니라 중국과학원, 국무원 산하 연구소 등 수많은 싱크탱크에서도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주요 국가 전반에 대해서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연구하며 서로 크로스체크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이 축적하는 수많은 정보와 분석은 고스란히 국력으로 이어진다. 인구가 적은 우리나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김 위원장은 중국의 13억 인구의 위력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는 이어 “중국에는 천연자원이 많이 매장돼 있으며 당시에도 기초과학 분야는 상당한 수준에 올라서 있었다”며 중국의 굴기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한다.
1996년 귀국한 그는 10년 후인 2005년 12월 우리은행 상하이 분행장으로 발령받아 다시금 중국 땅을 밟았다. 그리고 2007년에는 우리은행 중국법인 설립 작업을 진두지휘 했고, 2007년 11월 법인 설립과 동시에 법인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우리은행은 김 위원장의 리더십으로 한국계 은행 최초 법인설립은 물론 영업실적에 있어서도 한국계 은행 중 선두를 달리는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2012년 1월 국민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일하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국민은행이 한국계 은행 중 중국에 제일 늦게 진출한 후발은행이지만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은행(중국)유한공사 설립에 만전을 기하고 기초를 튼튼히 하여 명실상부한 현지화된 국민은행(중국)유한공사로 발전시켜 중국내 외자계 은행 중 선두은행 반열에 올라 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중국에서의 자신의 비전을 밝혔다.
◆주요이력 ▲1956년 제주도 ▲1972년 목포고 ▲1975년 고려대 경영학과 입학 ▲1983년 한일은행(현재 우리은행) 입행 ▲1991년 한일은행 홍콩법인 ▲1993년 한일은행 상하이대표처 과장 ▲1996년 한일은행 국제금융부 ▲2005년 우리은행 상하이분행장 ▲2007년 우리은행 중국법인장 ▲2012년 국민은행 중국법인 주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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