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서울에 사는 양모씨는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가 돼 만기연장을 신청하러 은행을 찾았다. 그런데 은행은 양씨에게 아파트값이 떨어졌으므로 추가담보를 제공하거나 대출금의 일부를 상환하라고 요구했다. 양씨는 아파트값이 떨어진 게 본인 잘못도 아닌데 시세 하락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은행이 야속하게 느껴졌지만, 본인이 은행을 상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CD금리 담합 의혹, 대출서류 조작, 학력 및 나이에 따른 차등금리 적용 등으로 비난에 휩싸인 은행들이 이번엔 '악덕 채권자'로 내몰리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집단대출을 받은 사람들 중 상당수가 양씨처럼 난처한 상황에 처했는 데도 은행들이 대출금 산황에만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 소비자 단체가 집단대출과 관련한 불공정한 약관을 문제 삼으며, 집단소송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CD금리 관련 집단소송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소송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소비자원(이하 금소원)은 담보대출과 관련된 금융소비자들의 피혜사례를 접수해 공동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금소원은 또 은행여신거래 기본약관에서 불공정한 약관을 시정하도록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금소원이 집단소송을 준비하게 된 것은 담보물의 가치가 하락했다고 추가담보 제공을 요구하거나,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로 전환을 강요하는 것은 대출자들을 두 번 죽이는 행위란 생각에서 비롯됐다. 담보물의 가치하락을 이유로 향후 책임범위를 확장시키려는 의도이므로 감독당국의 이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게 금소원측 주장이다.
올해 주택담보대출 약 390조원 가운데 약 10조원 대출자 100만여명이 만기 도래와 주택가격 하락 등의 이유로 불합리한 원리금 상환 압박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남희 금소원 대표는 "금융회사들이 담보를 보고 대출을 했으면서도 관행적으로 대출금을 빨리 회수하기 위해 대출자의 다른 재산이나 급여를 압류하는 등 대출자를 심하게 압박해왔다"며 "담보대출이라면 제공한 담보물로 한정해 대출을 판단하고 회수해야 하고, 광범위하게 채권을 확보하는 행태는 근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대출자의 신용이나 능력이 아닌 담보물의 향후 기대가격과 건설사의 연대보증을 믿고, 대출을 해줬으므로 금융회사와 건설사도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금소원은 은행여신거래 기본약관 중 '담보가치 감소 등의 사유로 은행의 채권보전상 필요하다고 인정된 때에는 채무자는 은행의 청구에 의하여 곧 은행이 인정하는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에 대해 공정위에 불공정 약관으로 고발한 상태다.
이에 앞서 금소원은 CD금리 담합과 관련해 지난달 30일부터 신청을 받아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미 350여건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진행되는 집단대출 관련 소송은 역대 두 번째 큰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같은 문제제기로 금융회사들은 '악덕 채권자'의 이미지까지 뒤집어 쓸 처지에 놓였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태들을 수습하고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분노와 따가운 시선을 돌이키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대형은행들은 각기 자성 결의 대회 등을 갖고 국민적 신뢰회복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참금융 실천 결의대회'를 열고 사회적 약자에게 불평등한 금융서비스를 거부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은행도 1일 '고객 중심의 정도경영' 실천 선언식을 갖고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로 결의했으며, 신한은행 역시 '사회책임경영 실천 다짐대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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