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소송에 표류된 첨단섬유산업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국내 미래 첨단산업 분야에서 외국 기업의 소송방해가 만만치 않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이 뜨겁게 회자되는 가운데, 첨단 섬유산업 분야에서 코오롱과 듀폰의 사례도 그에 못지않다.

바로 아라미드 섬유 얘기다. 이 시장은 미국 듀폰과 일본 데이진이 전세계 시장의 90%를 점유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 가운데 후발주자로 들어선 국내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선두기업의 견제를 이겨내고 어렵게 8%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소송에 발목이 잡혀 성장이 막힌 상태다.

미국 듀폰이 지난 2009년 2월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전 듀폰 직원을 고용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이유였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당시 직원이 가지고 있던 자료는 이미 외부 공개됐던 것으로 영업비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 버지니아 동부법원은 지난해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약 9억달러에 달하는 배상금을 듀폰측에 물어줄 것을 판결했다. 그러면서 듀폰측이 제기한 코오롱인더스트리 제품의 미국내 판매금지 여부 등에 대한 판결은 미루고 있어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항소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추가 투자계획도 잠정 보류된 채 사실상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듀폰을 상대로 반독점 관련 소송도 진행 중이다. 듀폰이 대규모 수요업체들을 상대로 필요물량의 80~100%를 듀폰 제품만 구매토록 계약을 체결,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또한 버지니아 법원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소송을 기각하고 듀폰의 손을 들어줬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달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한 상태이다.

코오롱은 지난 1979년부터 30년간 2000억원을 투자해 아라미드 섬유 국산화 및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아라미드는 섭씨 500도까지 견뎌내는 첨단 섬유로 방탄복이나 방화복 등에 사용된다. 그만큼 기술장벽이 높기 때문에 아라미드 섬유 가격은 일반 섬유의 10배에 달할 정도다.앞으로는 우주항공 분야 등 미래 첨단산업 분야로 영역을 넓혀 시장규모가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이 점쳐지고 있다. 코오롱의 소송을 단순히 기업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첨단섬유 산업 분야에서 선두기업이 특허소송으로 후발기업을 견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십년간 연구개발에 전력해 시장에 진입한 기업의 노력을 허사로 만드는 횡포”라며 “특허 경쟁에 대비한 기업의 자구책 마련과 더불어 불합리한 법적분쟁에 휘말려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국가적으로 다양한 지원방안을 연구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