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지인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보상계획에 대해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주민 재정착률 100%'라는 기본 원칙 마련에 그동안 통합 개발을 반대해온 주민들의 동의율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시행자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서부이촌동 보상계획 및 이주대책을 최종 승인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서부이촌동 주택 소유자들은 기존 소유주택과 같은 면적의 새 아파트를 보상가 또는 특별공급 방식으로 분양받게 된다. 또 최대 2500만원의 이주지원금과 전세금 및 중도금 금융비용 등도 지원받는다. 주거세입자와 상가영업자들도 특별이주정착금, 영업보조금, 긴급 생계지원책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이주대책 기준일인 2007년 8월 30일 이전부터 주택을 소유하고 거주해온 대림·성원아파트 주민들은 평균 보상단가(대림·성원아파트 기준)만으로 추가 부담 없이 동일 평형의 새 아파트 입주가 가능하다. 그 이후 주택을 소유한 주민들도 적은 부담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통합 개발에 반대해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주택 소유자들의 경우 향후 협의보상에 응하고 자진 이주할 경우 똑같은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주택 소유자들의 이주지원금, 전세금 및 중도금 금융비용도 지원한다. 이주지원금의 경우 기존 동의자(955가구, 56.4%)에게는 3500만원, 동의서 미제출자에게는 3000만원을 지급한다.
또 소유하고 있는 주택면적을 기준으로 입주시까지 전세금(최대 3억원)에 대한 금융비용(이자)을 지원한다. 계약금 10%를 제외한 중도금 전액에 대한 금융비용도 사업시행자인 드림허브가 부담한다.
주거세입자 및 상가영업자에게도 특별이주정착금, 영업보조금, 긴급 생계지원책 등이 제공된다. 전·월세로 거주하고 있는 주거세입자에 대해서는 기준일 3개월 이전인 2007년 5월 30일부터 보상계획 공고일까지 거주한 경우 4개월분의 법정 주거이전비(4인 가족 기준 약 1700만원)를 지급한다.
또 50㎡ 이하의 임대주택 입주권을 제공하거나 다른 지역 이주를 희망할 경우 별도의 특별이주정착금(평균 약 2000만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보상비 마련 계획도 확정됐다. 코레일이 선매입한 랜드마크빌딩 '트리플원(111층)'과 2013년 분양 예정인 부띠크 오피스텔(77층, 88층 2개동), 펜토미니엄 주상복합아파트(59층 2개동)의 분양매출채권 유동화를 통해 최대 5조6000억원까지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용산역세권개발은 감정평가 이후 확정되는 보상비 외에도 1조원의 재원을 추가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보상계획에 대해 주민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부이촌동 주민총연합의 정철수씨는 "오늘 발표한 내용이 동의서를 받을 때와 그나마 가장 비슷했다"며 "동의하는 입장에서는 꽤 괜찮은 보상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은 언제 개발이 될지 몰라 걱정했는데 개발에 동의하는 입장에서는 개발보상금을 빨리 받고, 추진도 빨리 되는 게 더 좋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주민 동의율도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주택 쪽은 동의율이 90%에 달했던 반면 아파트 동의율은 낮았다. 하지만 이번 보상계획 발표로 눈치를 보던 아파트 주민들이 찬성 쪽으로 많이 기울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 추진에 반대해온 한 주민은 "일단 주민 재정착률을 100%로 한다는 데는 공감하는 부분이 있지만, 보상비 마련 등이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세입자들도 보상안이 뒤늦게나마 마련된 것에 안도하는 표정이다. 서부이촌동 주거세입자대책위 강윤길 위원장은 "코레일이 진작 했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그동안 세입자들 마음 고생이 많았다"며 "당연히 이뤄져야 할 일이기 때문에 기뻐할 일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도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인 보상문제의 밑그림을 그렸다는 것만으로도 한 고비를 넘었다는 평가다. 드림허브 측은 보상과 이주 등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내년 하반기 일반분양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경기 침체의 골이 깊은 상황이어서 보상 재원을 포함해 총 3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사업비를 별탈 없이 조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만약 분양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편 현재 서부이촌동 아파트 가격은 5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 데다 부동산 침체와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지지부진으로 한 차례 올랐던 시세가 다시 내렸기 때문이다. 서부이촌동 대림아파트 전용면적 74㎡는 8억7000만원, 96㎡가 12억원, 126㎡는 15억원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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