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여당인 새누리당은 1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10조원 정도면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정도 높일 수 있는 금액이다.
여당이 대규모 추경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수출과 내수 전반에 걸쳐 성장동력이 급격히 약화하고 있어 종전의 재정 투자만으로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경기침체를 더 방치할 경우 취약층이 상당수 무너져 복지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예방 차원에서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것이 여당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여당의 의지가 워낙 강해 다음달 초 현실적 예산을 산정한 뒤 추경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여당 10조 추경 요구..경기부양 카드 총력
새누리당은 최근 10조원으로 구체적인 규모를 제시하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은 “유럽발 경제위기는 물론이고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계속 하락하고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서둘러 추경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부의장은 “정부가 발표한 미니 경기부양 자금 8조5000억원에다 추경 재원으로 쓸 수 있는 세계 잉여금 1조5000억원을 더하면 10조원이 돼 의미 있는 규모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은 재정여건을 이유로 난색을 표시한 정부로부터 최대한 빨리 동의를 얻어내, 추석 명절을 앞둔 내달 중으로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추경을 통해 내 집 마련을 위해 과도한 대출을 받아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수도권, 20~40대의 이자지원 대책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또 수출중소기업 지원과 사회안전망 구축에도 자금을 투입할 복안이다.
이러한 여당의 경기부양은 기본적으로 취약계층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당ㆍ정 또는 여ㆍ야 갈등의 소지도 적지 않다.
당장 추경 편성은 이명박 정부의 `2013년 균형재정 달성‘ 목표를 포기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대선을 4개월 앞두고 있어 ‘선거용 경기부양’이 아니냐는 지적이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될 수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박근혜 대선캠프’의 핵심 공약인 ‘경제민주화’와 상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경기부양은 기본적으로 성장에 방점을 두고 있어 자칫 경제민주화 기조와 충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정부, 추경 거부..추가 재정투자 '8.5조+알파' 추진
정부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추경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출석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 국면에 빠져있기 때문에 정부나 금융권이 돈을 푸는 방식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고 경제체질만 허약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어서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추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부는 우선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는 점을 든다. 추경 편성, 국회 제출 및 통과, 지출 등에 1~2개월가량 시간이 필요해 연내에 정책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추경을 반대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절차상 어려움이 아니라 그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점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가계와 기업의 심리가 얼어붙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리 지출을 늘려봤자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지난 17일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글로벌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선 전통적 정책 수단(추경을 의미)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경을 꺼리는 또 다른 이유는 대외 신인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잇달아 우리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한 데는 정부의 균형 재정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하반기 경기활성화 방안으로 발표한 미니 경기부양 자금 8조5000억원을 우선 집행하고 효과를 보자는 입장이다. 나아가 추경 대신 국내 경기가 장기 부진에 빠지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 투자규모를 추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 장관은 “정부는 재정수지에는 다소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국가부채는 늘리지 않는 수준에서 재정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라며 “추가 재정투자 규모가 당초 목표로 했던 8조5000억원에 플러스알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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