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미국적인 스포츠 풋볼이 미국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말도 있다. 게임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쿼터백(quarter back) 자리는 백인이 가장 많다. 볼을 능숙능란하게 배급하고 던져주는 포지션인 쿼터백은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짧은 시간에 볼을 어디다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체력 및 스킬과 함께 판단력 등 지력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자리다.
미국의 대통령은 오바마 이전에 43명 모두 백인만 했듯이 쿼터백은 주로 백인만 했다. 흑인들은 주로 뛰고 잡는 포지션인 러닝백(running back), 와이드 리시버(wide receiver)나 라인백(line back) 등을 많이 했다. 백인이 던져주는 공을 잡아 죽어라 뛰는 포지션을 한 것이다. 이 같은 모습이 미국사회의 인종 분포나 역할의 단면을 보여줬다는 말이다.
이런 쿼터백 자리에 최근 들어 해가 갈수록 흑인들이 늘어가고 있다. 약 60년 전에 단 한명의 흑인 쿼터백이 탄생했던 미국의 풋볼은 지금 10여명의 흑인 쿼터백이 활동하고 있다. 이중에서는 특 A급 선수들도 꽤 있다. 총 32개의 NFL 팀 중에 10여명의 흑인 쿼터백이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제는 미국 사회에서 교육받은 흑인들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고 정관계 요직도 많이 차지해나가고 있다. 이 같은 사회상을 반명하듯 NFL 풋볼팀에서 흑인 쿼터백도 늘어나고 있음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만큼 소수계가 미국 사회의 리더로 자리잡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4년전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킨 미국사회가 올해 또 한번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흑인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꼭 재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오바마는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고, 미국 역사를 바꿔 놓았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공화당 미트 롬니 후보가 당선되도 미국 역사는 또 한번 새로 쓰여진다고 할 수 있다. 롬니는 그동안 미국에서 소수 종교로 홀대받던 모르몬교도 이기 때문이다. 지난 4년전에도 이 신앙 때문에 롬니는 아픔을 안고 공화당 경선장을 떠나야 했다. 만일 이번에 롬니가 당선되면 최초의 모르몬교도 대통령으로서 소수계 신화를 쓰게 된다.
롬니가 부통령을 지명한 폴 라이언도 카톨릭 신자다. 미국에서 대통령으로 가톨릭 신앙을 가진 사람은 존 에프 케네디밖에 없었다. 혹자는 카톨릭 신자 케네디의 당선은 당시 사회분위기로 보았을 때 거의 기적이며, 그의 암살 배후에는 그의 신앙이 작용했을 것이라고도 말할 정도다. 그만큼 미국 사회는 신앙으로 보면 개신교 사회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의 종교적 믿음을 보면, 조지워싱턴, 제임스 매디슨 등 초기 대통령들은 성공회 신자가 많았고, 뒤로 갈수록 장로교, 감리교 등 개신교 신자가 많아졌다. 20세기 들어오면서 침례교 (워렌 하딩 및 지미 카터) 기독교 및 퀘이커(리처드 닉슨)도 나왔다. 종교별로 보면 가장 많은 것이 성공회로 무려 12명이었고, 다음은 장로교 8명, 침례교와 감리교가 각각 4명 등의 순이었다.
정치는 물론 종교적 신념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점점더 소수계가 앞장서서 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최근 미국 주요 요직에 WASP가 줄었다는 보도도 이와 상통한다. WASP는 ‘백인 앵글로 색슨 개신교도’를 뜻하는 말로 그동안 미국사회를 이끌어온 사람들이 누구인지 잘 알 수 있다.
풋볼로 말하면 쿼터백 같은 자리인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될지 궁금하다. 흑인이 될지, 최초로 모르몬교도가 될지 모르지만, 소수계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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