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모바일 투표의 함정에 빠진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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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8-2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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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규현 부국장 겸 정치부장

민주통합당의 18대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초반부터 모바일 투표 방식에 발목이 잡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 측이 지난 25일 첫 경선지인 제주에서의 모바일 투표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26일 울산 경선에 불참했다. 앞으로 남은 경선 일정이 제대로 진행될지도 불투명하다.

비문(비문재인) 후보들은 “모바일 투표에서 4번 문재인 후보의 이름까지 다 듣지 않고 1∼3번 중 하나를 택한 뒤 전화를 끊으면 미(未)투표자로 집계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런 오류 가능성에 대한 사전 대비를 소홀히 한 것이다.

올해 초 야당이 새로운 선거혁명이라며 도입한 ‘모바일 투표’가 발단이었다. 투표소에 직접 가지 않고 휴대전화로 간편하게 투표하는 모바일 선거는 처음엔 각광받았지만 각 정당 내부 경선 등을 거치면서 편법과 부정의 도구로 전락되고 있다.

지난 2007년 민주당 대선 경선 때도 선거인단 불법 동원 문제로 이 같은 후보 보이콧 때문에 경선 일정이 잠정 중단되고 8개 지역 순회 경선을 한꺼번에 치르는 파행을 겪은 바 있다.

경선은 각 정당이 인물과 비전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부각시키고 국민의 시선을 끌어 모을 절호의 기회다. 이 과정에서 각 후보는 자신을 국민에게 직접 알릴 수 있고 민주당 후보를 선전할 수 있는 호기인데 이런 오류를 방지하지 못해 열기도 살려보지 못한 채 탈이 난 것이다.

그동안 모바일 투표 과정에서 공평치 못한 점이 지적돼 왔다. 젊은층 정치 참여와 투표율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 관심이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우려했던 부분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먼저 모바일 투표의 본질적인 문제는 투표에 있어 지켜져야 할 직접·비밀·보통·평등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본인이 직접 입력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보니 실제로 조직적으로 대리투표를 시도한 정황들이 드러났다. 따라서 비밀투표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여기에 휴대전화 미보유자나 노인층의 휴대전화 활용도가 떨어지는 점에서 보통선거, 젊은층의 표 가중치 부여는 평등선거를 크게 훼손한다고 볼 수 있다. 모바일 투표제 도입 전 효과만 홍보하기보다는 실시 후 나타날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을 완벽하게 만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던 것이다.

모바일 투표 제도 도입으로 각 정당의 경선에서 문화적 변화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고 기여도 크다. 하지만 한 표, 한 표가 소중한 결과로 연결되는 선거이기에 휴대폰 사용자의 실명 확인 및 투표를 위한 다양한 법적·제도적·기술적 장치를 확실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완전 국민경선이라는 명분에 매달려 당원 비당원 구분 없이 모두에게 1인 1표씩 부여하는 등 흥행에만 집착한 나머지 충분한 보완장치 없이 모바일 투표를 전면 도입한 결과 이런 오류를 자초했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공정성이 훼손되면 국민이 등을 돌리게 되며 이는 본선에서 상대 후보에게 패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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