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이 주최한 경제민주화 관련 토론회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측에서 배상근 경제본부장을 참석 시킨 것과 대비 되는 모습이었다. 집권여당의 행사에 재계가 보이콧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당초 재계 쪽에서 최병일 전경련 산하 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장(한경연)과 최 원장이 추천한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참석하기로 했지만, 24일 밤 급작스레 패널구성을 문제 삼으며 돌연 불참했다.
때문에 국회 의원회관 신관에서 열린 이날 공청회는 찬반양론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 자체의 사전적 의미와 달리 정중원 공정위 경쟁정책국장,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김성진 변호사(참여연대 시민경제위 부위원장),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윤창현 금융연구원장 등 금산분리에 대체로 찬성하는 패널들만으로 진행됐다.
경실모 대표를 맡고 있는 남경필 의원은 인사말에서 “(한경연) 요청을 100% 받아들이고자 했으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결국 참석을 안했다”면서 “앞으로는 뒤에서 (익명으로) 목소리를 낼 게 아니라 이런 공개된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상민 의원은 발제에서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 9%에서 4%로 축소△재벌의 금융계열사 지분 의결권 제한 △중간 금융지주회사 도입 등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삼성그룹의 경우 금융 계열사만 별도로 묶은 삼성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야 한다.
패널들 중 가장 ‘강성’으로 꼽히는 김상조 교수는 삼성그룹 출자구조를 사례로 들며 “지난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고, 이것이 삼성그룹 출자 구조의 핵심”이라며 “금융감독 원칙을 3단계로 엄격히 적용하면 삼성생명의 자본적정성 지표는 심각한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금융 중간 지주사 예외 적용 도입 요구를 반대한 것이다.
김성진 변호사는 “PEF(사모펀드투자전문회사) 허용 금지와 함께 계열분리가 안된 금융회사가 국민경제에 위협을 줄 경우에는 계열분리명령제나 계열분리판결청구제 등을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성인 교수는 의결권을 전부 제한하는 것은 ‘유효한 통제수단’이라고 환영하면서도 “하지만 의결권 제한에 따른 재벌의 반발과 여론을 어떻게 버틸 수 있는가가 문제”라며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에 반해 정부 측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참석한 정중원 경쟁정책 국장은 “기본적인 금산분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기업과 국민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초해하는 방식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도 은행 보유지분 한도 강화나 PEF 규제 등 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강화에 공감을 나타내면서도 “세계적으로 금산분리가 명확한 미국도 금융위기로 무너진 마당에 금산분리 화두가 현 시점에서 중요한지 모르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