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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보경이 2주전 열린 US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32강전에서 캐디를 본 어머니 현봉숙씨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미국 골프위크 캡처] |
세계 여자골프계의 ‘태풍’으로 떠오른 뉴질랜드 교포 아마추어골퍼 고보경(15· 리디아 고). 그는 지난 7월초부더 US여자오픈(공동 39위) US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우승) 미국LPGA투어 캐나디언여자오픈(우승)에 출전하느라 두 달여째 집을 떠나 있다. 그의 곁에는 엄마가 있지만, 아버지는 뉴질랜드에 남아 멀리서 딸을 응원한다.
고보경의 아버지 고길홍씨(51)는 제주대 재학시절 테니스 선수를 했고 해병대 장교 출신이다. 딸이 여섯 살 때인 9년 전 뉴질랜드로 이민 가 딸을 뒷바라지해오고 있다. 고씨는 28일 전화로 딸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을 얘기해줬다. 고보경은 28일밤 한국에 온다(태풍으로 인해 변동가능성 있음). 이민간 지 9년만의 첫 방한이다.
◆고보경은 ‘뉴질랜드의 김연아’급
고보경이 캐나디언여자오픈에서 우승하자 뉴질랜드에서 ‘난리’가 났다. 뉴질랜드 여자골퍼가 미국LPGA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 뉴질랜드정부 고위인사와 골프협회 임원 등은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준비하면서 “왜, 뉴질랜드에 안 오고 한국에 먼저 들어가느냐?”며 성화라고 한다. 고보경은 한국에 올 계획이 없었으나 다음 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까지 3주간의 시간이 있는데다 뉴질랜드는 지금 겨울철이어서 제대로 훈련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행을 택했다. 그의 외할머니가 노환으로 편찮아 고향(제주) 방문 일정도 들어있다. 고씨는 “뉴질랜드에서 보경이의 인기는 한국에서 김연아 인기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고보경은 ‘뉴질랜드의 국보’가 돼버렸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기대주
고보경은 4년 후 19세가 된다. 골프선수로서 절정의 기량을 보일 때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골프가 정식종목으로 치러진다. 각국의 물밑 메달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고보경은 뉴질랜드 국가대표로서 정부의 각종 지원과 혜택을 받고 있으므로 당연히 뉴질랜드 대표로 올림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에 임박해서 그가 한국을 선택하면 한국대표로 나서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한국여자골프의 저변은 넓다. 세계랭킹 순으로 대표를 뽑는다고 할 때 고보경이 상위 4명 안에 들어 태극기를 달고 나가는 일은 장담할 수 없다. 자신을 키워준 뉴질랜드에 대해서도 예의가 아니다. 어쨌든 4년후 올림픽에서 고보경은 각국이 주시하는 ‘다크 호스’임에는 틀림없다.
◆학업 우수· 행동거지도 ‘프로급’
고보경은 학업성적도 뛰어나다. US여자오픈 전에 시험을 보았는데 99점을 받아 1위를 했다. 각종 대회에 나가는데도 연평균 점수는 85점이상으로 상급이라고 한다. 집에서는 한국어로 대화하고 한국 드라마를 자주 보기 때문에 영어 못지않게 한국어도 잘 한다. 뉴질랜드 스윙 코치(가이 윌슨)가 있지만 전반적인 훈련은 아버지가 도맡는다. 고씨는 딸에게 “코스에 나가면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후회없이 플레이하도록 하라”고 말한다고 한다.
“딸이 샤워실이나 방 등지에 몇 가지를 메모해놓고 그대로 따라합니다. ①부모 말 잘 듣는다 ②코치가 한 말을 그대로 소화한다 ③숙제는 꼭 한다 ④스탠퍼드대에 반드시 들어간다 ⑤공부든 골프든 죽기살기로 한다 등이에요. 인터뷰 좀 보세요. 딸은 ‘보기나 더블보기를 할 때 클럽을 던지거나 화를 내고 싶지 않겠어요? 그러나 세상은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웃자고 생각하지요’라고 말하잖아요. 열 다섯살짜리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요. 성격은 제 엄마를 닮았지만 ‘하늘이 내린 자식’입니다.”
고씨의 말이다. 고보경은 오래전부터 미셸 위, 타이거 우즈가 다녔던 미국 스탠포드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차선책으로 UCLA나 페퍼다인대도 생각하고 있다.
◆프로전향 때까지 비용 마련은 숙제
고보경은 프로전향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아마추어로서도, 대학에 다니면서 배울 점이 많기 때문”이란다. 다만, 집 형편이 넉넉지 못한 것이 걸린다. 그 가족은 뉴질랜드에서 한 달에 240만원가량 하는 세를 내고 산다. 훈련이나 대회출전 비용, 항공료 등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고씨가 미국에 동행하지 않은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고보경은 방한 기간에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 우근민 제주도지사, 윤세영 SBS 명예회장 등과 면담한다. 든든한 후원자가 나타나면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될 것이다. 고보경은 우승 직후 “프로였다면 받았을 상금 30만달러(약 3억4000만원)를 어디에 쓰겠는가?”라는 질문에 “우선 강아지를 한 마리 사고, 나머지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데 쓰겠다”고 말했다. 여유있는 집안이 아닌데도,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씀씀이가 중학교 3학년생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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