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케이클래식에서 우승을 확정한 후 환호하는 김경태. [JGTO 홈페이지]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조용한 남자’ ‘표정이 없는 선수’ 김경태(26· 신한금융그룹)가 2일 일본골프투어(JGTO) 후지산케이클래식에서 우승한 후 좀처럼 보기드문 거창한 세리머니를 했다. 자신의 감정을 전혀 숨기지 않은. 이례적인 동작이었다. 그만큼 우승에 목말라있었다는 얘기다.
그로서는 지난해 7월 JGTO 세가새미컵 이후 13개월여만의 우승감격이다. 더욱 이날은 만26세가 되는 그의 생일이었다.
김경태가 왜 그답지 않은 제스처로 우승감격을 만끽했을까. 김경태는 2010년 JGTO에서 한국선수로는 최초로 상금왕이 됐다. 2011년에도 1승을 올리며 미국PGA투어 진출을 노렸다.
그러나 미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Q스쿨) 최종전이 열릴 때 남아공 ‘네드뱅크챌린지’ 주최측으로부터 초청장이 왔다. “톱랭커 12명이 500만달러를 겨루는 대회에 나오지 않겠는가’는 내용이었다. 고민하던 김경태에게 주위사람들이 “이런 영예가 어디 있느냐?”며 출전을 재촉했다. 김경태는 별 생각없이 Q스쿨을 제치고 그 대회에 나갔다. 5위로 33만달러(3억7000만원)의 상금을 받았으니 그다지 나쁘지 않은 실속을 챙겼다.
그 기간 Q스쿨에 응시한 ‘동갑내기’ 배상문과 후배 노승열은 버젓이 투어카드를 따고 2012시즌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경태는 ‘나도 세계랭킹 50위안에 들기 때문에 웬만한 메이저급 대회에는 다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김경태는 올들어 JGTO 개막전이 열리는 4월 중순까지 미PGA투어 대회에 출전했다. 그러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루키’ 배상문과 ‘라이벌’ 이시카와 료(일본)가 선전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거리를 늘리려 하다 보니 스윙은 뒤죽박죽이 됐다. 김경태는 후지산케이클래식 우승 후 “미국에 있는 동안 마음이 앞섰고 압박감이 있었다”고 실토했다.
김경태가 JGTO로 왔을 때 그의 캐디는 “왜 스윙이 그렇게 빨라졌느냐?”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첫날 상위권에 올랐다가도 후반에 처지곤 했다. 시즌 초반의 부진, 동료들에 비해 저조한 성적에 따른 스트레스가 쌓여있다는 방증이었다. 그 자신도 ‘프로데뷔 후 첫 슬럼프’라고 생각할 정도로 심각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어프로치샷이 안돼 2라운드 후 두 시간동안 어프로치 연습을 했다고 한다.
마지막 날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4m 버디 기회가 왔다. 성공하면 우승이요, 실패하면 이케다 유타와 연장전 돌입이었다. 그는 ‘연장에 가면 귀찮아진다. 나는 찬스에 강하지 않은가’라고 되뇌며 과감하게 스트로했고 볼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곧이어 타이거 우즈 못지않은 큰 동작으로 환호했다. 그는 “최고의 생일선물이다. 첫 우승할 때 못지않게 기쁘다”고 말했다.
김경태는 그러면서 “올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미PGA투어 Q스쿨에 가서 반드시 내년도 투어카드를 따겠다. 내년엔 미국에서 뛴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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