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증권 등과 관련한 수리능력에 있어선 어느 정도 자신이 있던 박씨지만 평소 문학에는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걱정이 커진 것이다. 앞으로 은행 입사를 위해선 경제, 금융 관련 지식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두루 섭렵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이른바 '스펙'만 믿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일부 시중은행들이 올 하반기 독특하면서도 파격적인 신입행원 선발 기준을 발표했다. 그동안 신입사원을 뽑을때 스펙을 중요시하던 은행들이 최근 각각의 열린채용 방식을 마련해 '진정한 인재' 찾기에 나선 것이다. 보수적으로 느껴졌던 은행권의 이미지도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은행은 하반기 신입행원 공채에서 자격증, 봉사활동, 학점, 연수경험, 자격증 등 획일적인 스펙보다 실질적인 인성과 소양 위주의 평가에 중점을 두고 인문학적 소양을 겸비한 '통섭형 인재'를 선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면접관에게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서적을 사전에 배부하고 면접 시 심층적인 질의·응답, 지원자와의 자유로운 토론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면접과 토론 주제가 되는 책은 상반기 베스트셀러 28권과 입사지원자가 감명 깊게 읽은 책 10권 중에서 결정된다.
우리금융은 학력 파괴를 예고했다. 하반기 일반직 신입사원 330명을 학력과 상관없이 블라인브 면접 방식으로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면접관들이 지원자의 출신 대학이나 전공 등 일체의 이력사항을 모르는 상태로 면접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공정하고 순조로운 채용을 위해 면접위원의 사전 선발 및 교육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학력과 연령 등 지원 자격 제한 없는 열린 채용을 진행한다. 특히 지역할당제를 통해 채용인원의 약 30%를 지방과 인천광역시, 안산과 화성 김포 등 경기 일부지역 고등학교 또는 대학 졸업자로 선발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또 채용인원의 약 3%는 장애인 할당제를 통해, 약 8%는 보훈대상자, 약 20%는 공공기관 청년 인턴 수료자를 채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어려운 가정환경 등으로 충분한 교육기회를 얻지 못해 취업이 어려웠던 저소득층 가정과 다문화 출신,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 가운데 역량 있는 지원자를 우대 채용할 방침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권 입사를 위해선 높은 학점과 자격증 취득도 필요하겠지만 충분조건은 절대 아니다"며 "기존 금융권 채용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열린 채용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보수적인 은행 이미지도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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