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스타힐스

"분양 선호지역 바꿨네"…송도·판교 '지고', 세종·동탄2 '뜨고'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2-09-04 17:0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막연한 개발 호재보다 자족 여건·주거 환경 인기

분양시장이 최근 들어 철저히 주거 여건을 따지는 실수요자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말 개관한 동탄2신도시 동시분양 통합모델하우스에 들어가기 위해 줄 서 있는 방문객들 모습. [사진제공 = 동탄2신도시 동시분양 협의체]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1. 지난 2005년 7월. 직장인 최정원(35·가명)씨는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A아파트(전용면적 110㎡)를 분양받았다. 분양가는 3.3㎡당 1100만원 선으로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당시 용인은 집값이 크게 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최소한 1억원 이상의 프리미엄(웃돈)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됐다.

#2. 2012년 8월. 서울 강동구에 102㎡형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주부 이유미(44·가명)씨는 최근 분양한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아파트(전용 84㎡)를 청약 신청했다. 남편의 직장(서울 강남) 출퇴근에 큰 무리가 없고, 현재 전셋값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아 무리한 대출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끌렸다.

분양시장에서 수요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몇 년전만 해도 투자가 아파트의 주된 구입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철저히 주거 여건을 따지는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된 것이다.

이에 따라 분양시장에서의 인기 지형도도 바뀌고 있다. 중대형 위주의 용인·송도·판교 등이 지고, 대신 세종시나 동탄2신도시 등 실속 있는 지역이 뜨기 시작했다.

◆용인·판교·송도 집값 하락세 뚜렷

2006년 5월 '버블세븐 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던 용인시는 중대형 이상 주택이 대거 포진해 한때 부의 상징으로 불리기도 했다. 분양만 받으면 값이 껑충 뛰니 투자 수요가 몰린 것은 당연했다.

실제로 수지구 죽전동 죽전 GS자이 아파트(전용 196㎡)의 경우 2006년 6월께 시세가 3.3㎡당 2400만~2700만원 선까지 뛰었다. 2001년 분양 당시(3.3㎡당 850만원 선)보다 3배 정도 집값이 치솟은 것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외국인 투자에 따른 장밋빛 개발 호재가 수요자들을 끌어들였다. 서울과 거리가 멀고 2005~2006년 당시 분양가도 3.3㎡당 1000만원선으로 서울과 비슷했지만 시세 차익을 노린 수요자들이 대거 몰렸다. 2005년 상반기 입주했던 송도 풍림아이원 전용 114㎡는 입주 당시 시세가 5억5000만원 선으로 분양가 대비 75% 가량 오르기도 했다.

2006년 첫 분양을 실시한 판교신도시도 투자 수요로 넘쳐났다. 당시 분양가가 3.3㎡당 1000만원 이상으로 비싼 편이었지만 최고 20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이들 지역의 주택시장은 급속히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용인시의 평균 3.3㎡당 매매가격은 2006년 3월 1240만원까지 올랐지만, 올해 8월 현재 999만원으로 1000만원대가 무너졌다.

용인 수지구 죽전동 현대홈타운 전용 134㎡는 2006년 6억5000만원선에 팔렸지만 지난 3월에는 2억원 이상 떨어진 4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죽전동 K공인 관계자는 “신규 입주 물량까지 늘면서 집값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이라며 “중대형의 경우 전세 문의는 가끔 있지만 매수세는 아예 끊겼다”고 전했다.

송도는 외국인 투자 유치가 차질을 빚으면서 각종 개발 계획들이 지연되고 있다. 최근에는 고육지책으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영리병원 등 유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판교도 중대형 위주 구성 단지가 시장 침체에 타격을 받으면서 시세가 계속 빠지고 있다.

판교 백현마을1단지 푸르지오그랑블 전용 117㎡은 지난해 8월 입주 당시 14억원을 호가(부르는 값)했지만 지금은 10억원선까지 주저앉았다.

◆세종시·동탄2신도시는 실수요자 북적

기존 청약 인기 지역이 휘청하는 가운데 최근 분양시장에서는 새로운 지역이 수요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부산 등 경남권과 세종시, 동탄2신도시 등이다. 이 가운데 세종시와 동탄2신도시의 경우 송도나 판교 등과 같은 수도권 택지개발지구인 데도 차별화된 점이 눈에 띈다.

우선 막연한 개발 호재를 제시하는 것보다 확실한 수요와 자족 여건을 갖춘 지역이라는 것이다. 세종시는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정부 기관이 차례로 입주하면서 탄탄한 공무원 수요층이 뒷받침됐던 지역이다. 이 곳에서 공급된 단지는 대부분 순위내 청약 마감됐다.

동탄2신도시도 이미 동탄일반산업단지와 삼성 반도체 공장 등이 자리를 잡아 놓은 상태여서 정주 여건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동탄2신도시 동시분양을 진행했던 건설사 관계자는 “다른 신도시들은 산업단지나 교통시설 등이 개발 예정이라고 분위기를 띄우지만, 동탄2신도시는 이미 여러 산업시설이 완료형이라는 점이 차이”라고 설명했다.

청약자 중 대부분이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가 아닌 실수요라는 점도 차별된다.

조은상 닥터아파트 콘텐츠팀장은 “동탄2신도시 동시분양 물량이 모두 전용 85㎡ 이하 중소형으로 구성됐다”며 “청약에서 당해지역의 비중이 높았고 1순위 마감이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철저하게 실수요자 위주로 청약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사장은 “주택 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만 선별해서 투자하는 패턴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며 “따라서 이에 맞춘 주택 공급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