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대출을 확대하고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대출자산을 보유하면서 얻게 되는 이자마진이 없어 수익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대출 수요가 적격대출로 몰리면서 자체적으로 취급하는 대출상품에 대한 고객 유치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공사 측은 대손충당금 등 비용과 고정 수수료 수입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은행 자체 대출보다 수익이 0.18% 가량 유리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4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현재 적격대출은 출시 6개월만에 전 시중은행으로 취급이 확대됐다. 2016년까지 고정금리 대출 비율을 30%로 높여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당국의 방침도 이에 한 몫 했다.
적격대출(Conforming Loan)은 은행이 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이에 대한 대출 채권을 공사가 매입해 주택저당증권(MBS) 등의 형태로 유동화하는 방식이다.
외국계 은행을 포함, 7개 시중은행에서 이를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현재 대출잔액은 5조원을 넘겼다. 연내 11조5000억원이 공급될 것으로 공사는 추정하고 있다.
적격대출로 주택대출 시장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통상 은행은 대출자산을 보유해 이에 따른 이자로 수익을 얻는다. 적격대출은 은행이 이를 고객에게 판매할 때마다 대출 채권을 공사에 양도하는 구조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이득이 없는 것이다.
다만 은행에서 얻는 것은 대출 취급에 따른 수수료 수입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 예대마진에 비하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적격대출을 취급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취급함으로써 얻는 수익도 없다”면서 “다만 당국의 방침과 가계부채 문제 해소를 위해 취급하는 것으로, 전체 주택시장에서 자체 대출 고객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적격대출을 가장 먼저 취급해 실적 면에서 선두에 달리고 있는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은 자체 대출 상품 고객 비중이 훨씬 적다.
올 3월 판매를 시작한 적격대출 잔액은 8월말 현재 총 3조7140억원이다. 하지만 한달 앞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패키지 상품으로 SC은행이 내놓은 ‘모기지원’의 경우 같은 기간 기준으로 2536억5700만원의 잔액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6월부터 적격대출을 취급한 농협은행은 8월말 기준으로 두 달만에 459좌, 410억원을 판매했다. 올해 3월 내놓은 '행복채움 내집사랑 모기지론'이 같은 기간 기준으로 717좌, 400억원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데 반해 급성장한 모양새다.
반면 적격대출이 은행 영업에 불리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도 있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 담당 관계자는 "장기로 대출자산을 보유할 경우 연체 등을 이유로 부실해지거나 금리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데 적격대출은 이를 헤지할 수 있다"면서 "추가마진을 포기하는 대신 리스크를 없애는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주택금융공사 시장유동화기획단 관계자는 "적격대출을 취급함으로써 은행은 수수료 수입과 함께 금리 마진 약 0.45% 정도를 가져가게 돼 있는 등 수익성 측면에서 이득이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리스크에 민감한 외국계은행이 이를 앞서서 팔고 있는 것 자체가 수익성이 나쁘지 않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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