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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능력평가순위 13위인 쌍용건설이 자금난에 따른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사진은 쌍용건설 본사 전경. [사진제공 = 쌍용건설] |
쌍용건설은 한때 해외 고급건축 시공 실적 1위를 기록하는 등 해외사업에서 발군의 능력을 보이고 있는 업체다. 국내에서는 '쌍용 예가' 아파트 브랜드로 주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리모델링 부문에서는 국내 최고 강자로 꼽히고 있다.
그런 쌍용건설이 지금 생사의 갈림길에 직면했다. 기업어음 만기를 앞두고 쌍용건설의 대주주로 있는 자산관리공사(캠코)와 채권금융기관이 협조 융자 지원 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디폴트(부도) 위기에 처한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오는 6일 520억원 규모의 B2B전자어음(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만기를 앞두고 있다. 현재 이 회사 자체 자금으로는 어음 상환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급한 불은 끌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캠코와 금융권이 시공순위 13위인 굴지의 기업이자 해외사업 강자인 쌍용건설의 위기를 모른 척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캠코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쌍용건설에 대한 자금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 규모 및 시기는 아직까지 미정이다. 캠코측 관계자는 "자금 지원 방안에 대해 여러 가지 안을 놓고 금융기관과 이야기를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결정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쌍용건설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까지 2000억원 규모 자금을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자금 지원 시기가 6일을 넘기게 되면 쌍용건설의 유동성 위기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대해 쌍용건설 관계자는 "6일 만기 하는 B2B는 전자채권으로 연체된다고 해도 부도까지는 번지지 않을 만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자금단 지원이 이뤄져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게 되면 쌍용건설이 진행 중인 해외 사업 등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쌍용건설은 최근 3년간 해외에서 벌어들인 순수익만 약 3000억원이고, 수주를 앞둔 프로젝트가 96억달러에 육박한다.
올해 4차례나 무산됐던 매각도 지속적으로 재추진하게 될 전망이다.
캠코 관계자는 "쌍용건설의 재매각 시한은 부실채권정리기금의 법정운용시한이 만료되는 올 11월 22일 이전까지"라며 "공개 경쟁입찰과 이랜드 수의계약 무산 이후에도 수의계약의 가능성은 항상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유동성 위기를 비롯해 쌍용건설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단기간 내 제값을 받고 매각하기란 어렵지 않겠냐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캠코의 부채기금 운용시한이 지나면 캠코가 보유 중인 부채기금은 국가에 반환되고, 다시 수탁기관을 정하게 된다. 이후 이미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주식 처분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예상 수탁기관으로는 기존 캠코나 자산관리회사(AMC) 등 여러 기관들이 있다.
반면 채권단 자금 지원이 결렬된다면 문제는 심각해질 수 있다. 6일 만기가 도래하는 520억원 외에도 연말까지 막아야 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만 1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연쇄 어음 만기를 제대로 막지 못하게 되면 쌍용건설의 디폴트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가능성이 높아진다. 약 1400개에 달하는 쌍용건설 협력업체의 도미노 부도도 우려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쌍용건설이 잘못될 경우 건설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되살아나는 해외건설 열기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만큼 금융권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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