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자어음 만기는 쌍용건설의 디폴트(부도)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등으로까지는 번지지 않을 만한 규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시공능력 평가순위 13위인 쌍용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건설업 전반에 '쓰나미급'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5일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의 대주주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산업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국민은행·하나은행은 쌍용건설 유동성 지원안을 논의 중이다.
캠코와 채권단이 각각 700억원과 13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논의 내용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캠코 등이 쌍용건설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캠코 측 관계자는 "캠코가 700억원을 선지원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지원안을 채권단과 협의 중"이라면서도 "6일 어음을 막지 못한다고 해도 쌍용건설이 부도처리되지 않는 만큼 당장 자금지원이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쌍용건설 측도 "어음 만기 시한이 지나도 다만 연체되는 정도"라며 "다만 일부 자금을 지급해야 하는 협력업체에는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달 26일에는 기업어음(CP) 45억원 만기가 도래하고, 28일 700억원 규모 회사채(400억원)·ABCP(300억원)를 막아야 한다. 이를 포함해 연말까지 막아야 하는 어음규모는 약 1500억원에 달한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유동성 위기는 비단 쌍용건설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향후 대형건설사를 비롯한 건설업계 전반에 도미노 부도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시공순위 100위권 내 건설사 중 25개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로 주택사업이 부진에 빠지며 미분양이 누적되고,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건설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된 상태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실상 모든 업체가 다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10위권 이내 그룹 계열사조차도 사업 여건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조사에서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건설사 33개 중 14곳(42.4%)이 올 상반기 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했다. 순이익을 낸 건설사는 19곳이지만 규모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늘어난 업체는 8곳에 불과했다. 흑자를 낸 업체라도 1년 전보다는 순이익이 줄었다는 말이다.
대한건설협회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이 쌍용건설에 2000억원을 지원해도 정상화가 가능할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쌍용건설의 협력업체 중 절반가량이 무너진다고 가정하면 다른 사업장 등이 연쇄적으로 부도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캠코와 채권단 모두가 쌍용건설을 살려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는 만큼 유동성 위기는 길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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