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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궁다오 갑오전쟁박물관 내부 전경. 이곳에는 청일전쟁 발생 전부터 그 이후까지의 상황과 전쟁 당시의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
일본의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尖閣)열도) 국유화 기도로 논란이 가열되던 지난 8월 중순. 기자는 댜오위다오에서 약 2000㎞북쪽에 위치한 산둥성(山東省) 웨이하이(威海)시의 류궁다오(劉公島)를 찾았다.
이 섬은 웨이하이 부두에서 배로 약 20분 거리, 해안가로부터 5㎞ 떨어져 있다. 류궁다오는 우리 역사에서도 남의 일이 아닌 1894년 청일전쟁 당시 청나라의 북양해군이 최후까지 일본군에 저항하다가 패한 곳이다. 때문에 중국인들에게 이 섬은 ‘관광의 섬’이 아니라 수치의 역사를 되새기고 항일의 의지를 다지는 장소다.
안내판에도 한글과 중국어,영문자는 눈에 띄는데 일본어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일본인들도 관광차 더러 찾았던 류궁다오에 일본어가 없다는 것은 일
본의 과거 침략행위에 대한 중국인들의 분노가 그만큼 강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현지 주민은 일본 얘기를 꺼내자 “제국주의 후예들이 회개는커녕 댜오위다오를 강점하고 도발행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일본은 아시아의 평화를 해치는 ‘깡패 국가’나 다름없다고 분개한 뒤 일본이 이렇게 나오는 한 지역 평화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현 국가주석과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도 이곳을 찾아와 피침의 아픔을 되새겼던 적이 있다고 현지 주민은 소개했다.
장쩌민 전 주석은 류궁다오에 있는 갑오전쟁박물관에 ‘굴욕의 역사를 잊지말자’는 취지의 박물관 설립 기념글을 매우 비장한 톤으로 적어놔 눈길을 끌었다.
“갑오전쟁에서 패전한 굴욕적인 역사는 ‘낙후되면 곧 당하게 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960만㎢의 영토와 300만㎢ 해양 국토의 안전은 강대한 해안 방위력으로 보장해야 한다. 역사를 교훈 삼아 해상 강철장성을 구축, 평화를 지키고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
기자에게 중국 최고지도자의 이 문구는 마치 대일 해상 선전포고와 같이 느껴졌다. 단순한 항일의 의지를 넘어 패전의 역사를 패권의 역사로 다시 쓰자는 결의가 담겨 있는 듯했다. 이는 중국인들에게 있어 과거 일본군 피침의 역사가 그만큼 치욕스럽고 뼈아팠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는 것이었다.
기자를 안내한 가이드는 “서양에 ‘역사는 반복된다’는 속담이 있다”며“이 때문에 중국은 굴욕의 역사를 반복되지 않도록 류궁다오와 같은 애국교육기지 건설에 힘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이런 노력들이 댜오위다오 갈등 국면에서 중국인들 가슴 속에 반일의 불씨를 지핀 것이다.
1931년 만주사변을 겪은 뒤 중국인들이 국치일로 여기는 9월 18일.
한 달 전에 만났던 웨이하이시 관계자에게 전화를 해 최근 현지 관광시장에 대한 분위기를 물었다. 그는 “최근 반일시위로 웨이하이 시내의 일본 가게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며 “반일시위가 격화되면서 류궁다오에도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려는 애국 투어단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도 중국이 류궁다오를 애국기지화하고 분연히 댜오위다오 사태에 대처하는 데서 뭔가 시사점을 찾아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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