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글로벌 유동성 기대감에 외국인들의 자금 유입 가속화로 코스피 하단을 견고하게 지지하고 있지만, 증시는 2000선을 뚫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이는 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매도물량에 차익 실현에 나선 펀드투자자들의 환매물량까지 겹치면서 증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경기둔화 우려와 기업이익 전망치의 하향 조정세가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까지 희석시키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망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향후 환매 규모가 감소할 수는 있으나 순유출 양상은 지속될 것이라며 당순간 증시 상승에 발목을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9일 금융투자협회와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는 지난 9월 7일 이후 19거래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가 총 2조1014억원이 순유출됐다. 이는 올 들어 최장 기간 순유출이다. 이 가운데 설정액 1조원 이상인 ‘공룡펀드’ 10개에서만 최근 1개월새 5000억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또한 국내 주식형펀드 전체 설정액 증감으로는 최근 1개월새 2조5473억원이 감소했으며, 테마펀드 가운데 삼성그룹펀드와 가치주펀드가 가장 많이 줄었다.
이처럼 펀드 환매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자 투신권들은 연일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지난 9월 7일 이후 지난 5일까지 투신권은 1조7000억원 이상 순매도를 기록, 순매수는 2거래일에 불과했다. 이 기간 투신권 순매도 상위 종목 20개 가운데 8종목만 상승했으며 이 가운데서도 10% 이상의 상승률을 보인 종목은 1개다. 반면 이 기간 투신권 순매수 상위 20종목 가운데 18개 종목이 상승했으며 10% 이상의 상승률을 보인 종목은 6개에 달했다.
남궁헌 우리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대부분의 펀드매니저들이 향후 코스피가 강한 상승세로 우상향 흐름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 현금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수익률 측면도 고려해야 되기 때문에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궁 펀드매니저는 “요즘 ‘스마트개미’들은 펀드운용 기간을 짧게 잡고 있다”며 “지난 5월 1780선까지 하락했을 때 유입세로 돌아선 투자자들은 8월 이후 2000선에 가까워지자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즉, 최근 지수대가 높아진 데다 불확실한 투자환경이 지속되면서 단기적인 차익을 챙기려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어 2000선을 코스피 저항선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도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전략이 스마트해졌다”며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지수가 상단에 가까워지자 리스크 회피 차원에서 차익실현을 목적으로 환매물량을 쏟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증시의 펀더멘탈이 강화되지 않는 한 2000선 이상에서의 투자자들의 환매 여진은 지속될 것이며 이는 증시 상승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박스권에서 맴도는 지수로 인해 섣부른 환매는 기대수익률을 낮출 뿐이라며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개별종목 장세가 여전히 이어지는 가운데 3분기 어닝쇼크로 인해 시장이 충격 받을 수도 있다”며 “인덱스펀드의 경우 증시 상황에 큰 구애를 받지 않아 안정적이기 때문에 일정부분 비중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주식의 경우 남궁 펀드매니저는 “펀드환매가 나온다면 펀드매니저 입장에서 많이 보유한 종목을 매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기관 보유 비중이 낮아 매도 가능성이 낮은 종목에 관심을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