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WB)은 8일(현지시간)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기 둔화가 길게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측치를 큰 폭으로 하향조정했다.
우선 중국은 기존 8.2% 성장률 전망치가 7.7%로 줄어들었다. 내년도 성장 전망치도 기존 8.6%에서 8.1%로 하향조정되는 등 경제성장 둔화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은 지난해 9.3%의 성장을 기록했지만 고성장 후유증과 성장 둔화를 겪고 있어 정부가 부양책에 나서기도 했으나 제한적인 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중국은 현재 수출 둔화와 함께 수요 위축에 따라 성장 둔화를 겪고 있다"며 "특히 투자 성장이 부진해졌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올해와 내년도 중국 경제는 경착륙이 아닌 연착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중국의 몇몇 지방정부들이 야심차게 발표했던 투자계획은 장벽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은행은 중국 정부의 딜레마는 지난해 주택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과 투기자금 유입으로 홍역을 치러 과감한 부양책을 쉽게 내놓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경제성장률 둔화가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올해 도입된 통화정책과 정부의 유동성 확대로 내년 경제성장률은 소폭 상승할 것이라며,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위험은 여전히 낮은 편이라고 전망했다.
일본과 인도를 제외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올해 전체 경제성장률도 중국의 경기 둔화 등의 이유로 기존 7.6%(지난 5월 전망치)에서 7.2%로 대폭 하향조정됐다. 동아시아 지역은 지난해 8.2%의 성장을 기록하는 등 미국과 유로 지역 경제에 비해 견실한 성장을 했던 지역이다. 이에 따라 올해와 내년까지 세계 경제성장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도 성장률도 기존 8.0%에서 7.6%로 하향조정됐다.
"이 같은 성장 속도는 지난 2001년 이후 가장 더딘 것"이라고 세계은행은 설명했다. 또한 "이 같은 경기 하강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다른 신흥공업국들의 더욱 공격적인 부양책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세계은행의 버트 호프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 담당)는 "금융통화 정책면에서 이미 금리는 낮아질 대로 낮아졌고 유동성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충분하다"며 "재정적인 면에서는 분명히 적자가 심각하지 않은 국가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아시아 국가의 경제성장 둔화는 이미 지난주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예고했다. ADB는 "이들 아시아 국가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6.1%, 내년에는 6.7%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국제적인 외부 수요 둔화를 상대적으로 강한 내부 수요가 상쇄하고 있어 그나마 내년에는 올해보다 높은 성장세를 예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말레이시아, 인도네이사,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는 상대적으로 강한 국내 수요와 투자 지출 등에 힘입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세계은행은 분석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각각 6.1%와 4.5%로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고, 말레이시아는 기존 4.6%에서 4.8%로 상향조정했다. 필리핀도 기존 4.2%에서 5.0%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상승했다.
이 같은 아시아 지역의 성장 둔화에 따라 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례모임에서도 세계 경제성장률이 대거 낮춰질 전망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 밝혔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나서 부양책을 대거 사용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뉘앙스다.
한편 미국 연준의 3차 양적완화에 따른 달러화 대비 타국 통화가치 상승효과로 이들 아시아 국가가 당장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호프만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
세계은행의 아시아지역 성장 전망치 하향조정에 따라 국제 원유시장에서 유가는 이날 크게 하락했다. 뉴욕 시장에서 원유는 배럴당 55센트나 하락한 89.33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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