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는 시점에서 구태가 여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한 건(?)'올리기 위한 국회의원들의 욕심과 여야 정당의 당리당략적 접근, 여기에 '일단 피하고 보자'는 피감기관들의 행태까지 늘상 경험해온 국감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8일 지식경제부 국감에서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은 뜬금없이 안철수 대선후보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가 동료의원들의 빈축을 샀다.
그는 홍석우 지경부 장관에게 “정준양씨가 포스코 회장 내정설이 제기됐을 때 당시 안철수 포스코 이사가‘외압은 없다’고 밝히더니, 이후에 이사회 회장이 됐다”면서 홍 장관의 의견을 구했다. 이어 “포스코는 안철수 이사가 유학 중일 때 (항공기)1등급 좌석을 부당하게 지원했다”면서 문제점을 질타했다.
관련없는 질문이 계속되자 김동철 민주통합당 의원은 “민영화된 포스코에 대한 문제가 지경부 국감과 무슨 상관이 있냐”면서 “장관은 답변하지 말고 (강창일)위원장도 질문을 중지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당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면서 국감장은 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강창일 위원장이 의원들에게 자제를 촉구하자 겨우 분위기가 진정됐다.
11일 국세청 국감은 하루종일 파행을 거듭하며 언론과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오전에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검찰 조사 동영상이 공개돼 공방이 오가더니 오후에는 일부 야당 의원이 안 전 국장을 국감장 옆 사무실로 데려가려다 이를 막는 국세청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같은날 공정위 국감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겸 이마트 대표,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등이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행태 등의 이유로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약속이나 한 듯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모두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기업 총수가 국민들 앞에 나와 질책을 받는 것만으로도 기업 이미지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증인채택=해외출장'이라는 재계의 불문율은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민생국감, 정책국감을 향한 길은 여전히 요원한 것인가. 아직 레이스가 절반 이상이 남았는데 국민들은 이번 국감에도 기대감을 접어가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한계인가 생각하니 씁쓸한 마음이 앞선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