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물론 PC와 TV, LCD패널 등 전 부문에 걸쳐 실적 악화에 시달리면서 국내 업체들과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16일 국내외 전자업계에 따르면 한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들과 경쟁체제를 구축했던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
대만 D램 제조업체들의 3분기 매출액은 220억 대만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원화로 환산하면 9000억원을 조금 밑돈다.
이는 삼성전자가 3분기 중 기록한 반도체 관련 매출액은 커녕 영업이익(1조3000억~1조5000억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특히 지난달 D램 현물가격이 평균 4.9% 하락한 반면 대만 업체들의 매출액은 70억 대만달러로 전월 대비 7% 감소했다.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신규 운영체제(OS) 출시를 앞두고 PC 수요가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과 저전력 D램 등 신기술을 앞세워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데 반해 대만 업체들은 이렇다 할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추락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박영주 연구원은 “대만 업체들의 D램 출하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수요 부진에 따른 증산 자제가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판매 부진으로 D램 재고가 상당 규모로 누적돼 있는 만큼 가격 반등을 노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대만 업체들의 실적 악화는 비단 반도체 부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PC와 TV, LCD패널 부문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미 대만의 전자제품 제조업체들은 자사 브랜드를 내세우지 못하고 ODM(제조업체가 판매망을 갖춘 유통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생산방식) 업체로 전락하는 등 경쟁력을 상실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통해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면서 대만 업체들과의 격차를 벌려 나가고 있다.
특히 대만 전자업체들의 연중 최대 호황기인 중추절과 국경절 특수까지 누리지 못하면서 올해 판매 실적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위기에 내몰렸다.
중추절은 우리의 추석과 비슷한 명절이며, 국경절은 10월 10일 대만 건국 기념일을 의미한다.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한 달 동안 전자제품을 포함한 모든 상품의 판매량이 30% 가량 급증한다.
그러나 대만 언론들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소매판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 증가하면서 증가폭이 예년보다 크게 둔화됐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중추절과 국경절 판매까지 부진하면서 대만 전자업체들의 실제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미 상반기 중 매출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가 존재했던 점을 감안하면 4분기에도 실적 반등을 노리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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