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2라운드 때의 김대현(왼쪽)과 박상현.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어찌 이런 일이…”
한국 남자프로골프를 대표하는 두 선수가 어이없는 일로 2벌타씩을 받았다. KPGA투어 시즌 상금랭킹 2위 박상현(메리츠금융)과 6위 김대현(하이트진로)이 주인공이다.
두 선수는 한국오픈 초반 이틀동안 양용은(KB금융그룹)과 함께 플레이했다.
사단은 19일 우정힐스CC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 후반 첫 홀에서 발생했다. 세 선수는 이날 인코스에서 출발, 전반을 마친 후 1번홀에 다다랐다.
이 홀은 왼쪽으로 굽어졌고 그린이 티잉그라운드보다 낮은 내리막 구조다. 티샷을 하면 볼은 페어웨이 중간 언덕을 굴러 보이지 않는 곳까지 내려간다.
김대현과 박상현은 드라이버를 잡았고 볼은 페어웨이를 향했다. 두 선수가 페어웨이로 가 보니 볼은 약 20∼30야드 차이로 나란히 있었다. ‘장타자’ 김대현은 평소 박상현보다 30∼40야드는 멀리 날린다고 한다.
박상현은 당연하다는듯 짧게 나간 볼앞으로 다가섰다. ‘타이틀리스트’ 브랜드를 확인한 후 세컨드샷을 날렸다. 박상현이 그렇게 하자, 김대현은 별 의심없이, 멀리 나간 볼 앞으로 가 세컨드샷을 날렸다. ‘터치감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한 두 선수는 그린에 올라서야 볼이 바뀐 것을 알았다. 두 선수는 ‘타이틀리스트’ 볼을 썼는데, 한 사람은 딱딱하고 한 사람은 부드러운 볼을 사용했다고 한다.
두 선수는 ‘오구(誤球) 플레이’(15-3)를 한 죄로 2벌타를 받았다. 이 경우 2벌타를 받고 ‘정구’(正球)로 다시 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격이다. 다만, 종전 오구를 친 타수는 스코어에 가산하지 않는다.
두 선수는 자신의 볼을 받아들고 세컨드샷 지점으로 돌아가 네 번째 샷(드라이버샷 1타+ 2벌타+ 지금 치는 샷)을 했다. 박상현은 다행히 1퍼트로 마무리, 그 홀에서 보기를 했다. 김대현은 더블보기를 했다.
김대현은 다음주 미국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 1차전에 출전한다. 박상현도 일본골프투어 진출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큰 무대'에 진출하기 전에 소중한 경험을 한 셈.
동반플레이를 하는 두 선수가 볼을 바꿔 치는 경우는 미국PGA투어에서도 종종 있다. 특히 장타자와 단타자가 함께 플레이하고, 브랜드가 같은 볼을 쓸 경우 발생하곤 한다.
필 미켈슨은 프로 4년째이던 1995년 오구를 친 경험이 있다. 그 해 2월 열린 미국PGA투어 뷰익인비테이셔널 2라운드에서 브래드 팩슨과 함께 플레이를 했다. 4번홀(파4)에서 티샷을 하고 나갔는데, 미켈슨 볼이 팩슨 볼보다 왼편으로 더 멀리 날아간 듯했다.
미켈슨은 당시 25세의 ‘젊은 피’였고, 퍼트에 일가견이 있는 팩슨은 34세의 중견 선수였다. 팩슨은 당연히 자신의 볼이 더 짧게 나간 것으로 생각하고 먼저 세컨드샷을 했고, 미켈슨 역시 자신의 볼이 더 멀리 나간 것으로 여기고 나중에 세컨드샷을 했다.
그러나 그린에 올라가 마크하고 집어든 볼은 상대방의 볼이었다. 두 선수 모두 오구를 친 것. 미켈슨은 2벌타를 받아 그 홀에서 더블 보기를 기록한 끝에 공동선두로 치고 나갈 기회를 놓쳤다.
존 휴스턴도 1994년 3월 미국PGA투어 네슬레인비테이셔널 1라운드 때 황당한 일을 당했다. 15번홀 그린을 향해 친 샷이 러프로 들어갔는데 마샬이 볼이 멈춘 곳을 알려주었다. 휴스턴은 곁에 있던 마샬이 지적했으므로, 의심하지 않고 그 볼을 쳐 그린에 올렸는데 볼을 집고 보니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조금 전에 쳤던 러프로 가 보니 아까 친 곳의 1.5m옆에 자신의 볼이 있지 않은가. 휴스턴은 비록 마샬의 말에 따라 샷을 했을지언정, 오구를 쳤기 때문에 2벌타가 부과됐고 당시로서는 큰 1만2000달러의 손실을 봐야 했다.
2010년 8월에는 미국LPGA투어 캐나다여자오픈에서 안시현과 정일미가 서로 볼을 바꿔 치고 스코어카드까지 제출하는 바람에 실격을 당했다. 김국환은 같은해 열린 KPGA투어 메리츠솔모로오픈 첫 날 11번홀에서 오구를 쳐 벌타를 받았다.
그런가 하면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지난해 한국오픈에서 오구를 치고도 페널티를 면제받았다. 12번홀(파4) 러프에서 연습스윙을 하던 중 깊은 잔디속에 묻혀있던 다른 볼을 치고만 것. 매킬로이는 경기위원을 불러 상황을 얘기했고 경기위원은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고, 볼도 보이지 않은 상황이었으므로 오구 플레이가 아니다"고 판정했다.
◆용어해설◆-오구(誤球)란
다른 플레이어의 볼, 버려진 볼, 더 이상 인플레이 볼이 아닌 플레이어의 원구 등을 일컫는다. 요컨대 자신의 인플레이이볼(잠정구 포함)을 제외한 다른 볼을 말한다. 오구를 치면 2벌타(스트로크플레이)가 따르며, 페널티를 받은 후 원래 위치에서 정구(正球)를 다시 쳐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다음 홀 티샷을 하거나,마지막 홀에서는 그린을 벗어나면 실격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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