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인터뷰> 강태영 POSRI 소장 “내년 세계경제, ‘잃어버린 10년’ 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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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0-2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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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수출 ‘二重苦’속 기업 대응은?<br/>‘스피드 경영’으로 위기속에서 생존해야

강태영 포스코경영연구(POSRI) 소장이 삼성동에 위치한 포스리빌딩에서 아주경제
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 소장은 내년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5대 리스크 등 대
내외적인 경제 현황과 관련한 해법을 제시했다. (사진=아주경제 이형석 기자 leehs85@)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내년도 세계경제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암울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동반부진속 리스크가 재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요국의 재정적자가 장기화됨에 따라 일본식 침체가 우려되면서 세계경제는 ‘잃어버린 10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22일 강태영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 소장은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년 세계경제가 5대 리스크로부터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이 같이 진단했다.

세계경제는 하방위험이 높아지고 성장 동력을 잃은 채 다시 침체위기에 직면해 있다. 주요 선진국들이 양적완화 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책이 이어지고 있지만 뚜렷한 경기회복의 반등은 보이지 않아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아울러 지난 9월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국채 매입 발표로 유로존 위기는 다소 진정세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갈 길은 멀다.

미국의 경우도 연준의 3차 양적완화(QE3)에도 본격적인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고, 재정절벽(Fiscal Cliff)이라는 테일리스크(Tail Risk)가 내년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더욱이 세계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중국경제 또한 7분기 연속 경기 하강 국면을 이어가면서 경착륙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IMF는 세계경제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진 여건 속에서 강태영 소장은 내년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주요 불안요인으로 다섯 가지를 꼽았다.

◇ 내년 글로벌 경제 위협 5대 불안요소

첫째 리스크로 유로존 재정위기 악화에 따른 유로존 붕괴 가능성을 강조했다. 유로존 재정위기는 문제가 일어나면 증상만을 해결하는 미봉책에 그쳐 위기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강 소장은 “남유럽의 경우 이탈리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5.3%의 재정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며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도 비슷한 양상이다. 이는 자력으로 위기 해소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2년 내 그리스는 유로존을 탈퇴할 확률이 70%라는 것. 스페인의 경우도 동반 탈퇴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으며 독일은 남유럽 위기국가들의 긴축재정과 구조조정이 병행되지 않는 한 이들 국가들에 대한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둘째로 미국의 재정절벽이다.

그는 “미국의 정부부채 규모는 GDP 대비 103%에 달한다”며 “민주·공화 양당간의 재정건전화 논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합의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재정감축 규모가 GDP 대비 5.1%에 해당하는 약 8000억 달러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감축안 조정이 실패해 재정절벽이 현실화 되는 경우 미국의 경제 불황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셋째로 중국의 경착륙 우려 또한 불안요인으로 제시했다.

그는 “3분기 GDP 성장률이 7.4%로 발표되면서 중국 경기가 3분기를 저점으로 4분기에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중국 경제는 대내외 경기 여건이 아직 경기둔화 리스크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으로 10년 만의 지도부 교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쳐 있다”고 말했다.

넷째로는 이란발 유가 재급등이다.

내달 중순 미국 대선에 공화당 후보인 롬니가 군사행동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바마도 재선을 위해 이란 핵 관련 강경 발언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강 소장은 이어 “내년 6월에 있을 이란 대선에서 원리주의 강경파가 집권하게 되면 군사충돌 가능성이 커져 국제유가는 130~140 달러대로 급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의 심화를 꼽았다. 세계 보호무역 조치를 보면, 지난 2008년 2001건에서 2012년 6월 현재 2430건으로 증가한 상황이다.

그는 “선진국은 반덤핑, 상계관세 등 내국법을 적용함으로써 해외 경쟁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예상된다. 신흥국의 경우는 이에 맞서 즉각적인 수입규제 조치를 활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각국의 환율전쟁으로까지 번질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소비·수출 ‘二重苦’

국내 소비와 수출이 동시에 부진한 이중고가 내년에도 지속된다는 전망도 나왔다.

강 소장은 이에 대해 “특히 하우스푸어(House Poor) 양산 등 가계부채발(發) 위기가 국내 경제의 큰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건설부문에서는 “저축은행과 건설업체 부실로 인해 건축 경기가 활성화되기 어렵고 재정건전성 강화와 복지 예산 증대로 SOC(사회간접자본) 재정투자가 감소할 전망”이라며 “설비투자의 경우에도 제조업 경기가 악화되고 있어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수출 부진으로 투자가 크게 부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우리나라가 대북리스크라는 지정학적 위협 요인이 복병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북미(北美)대화가 지지부진하고 북중(北中) 잠재적 갈등이 존재하는 가운데 김정은 정권이 군부 장악과 경제 개선을 통한 민심 안정을 도출하지 않을 시, 군사 도발에 대한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에서다.

그는 “내년도 국내 경제성장률은 금년 2.5%에서 회복이 거의 더딘 3.1%에 그칠 전망”이라며 “주요 기관들도 내년 3%대 초반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경제 악화에 따른 수출경기 부진과 맞물려 원화값 연중 최고치 경신은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강 소장은 이를 두고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고 표현했다. 국내 경제가 ‘환난(患難)’이 거듭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는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3차 양적완화 등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과 경상흑자에 따른 자본 유입으로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지만 유로존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 한 변동성이 지속돼 하락폭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 위기 시대, 세 가지 거울의 균형적 활용 필요

강 소장은 위기 시대에 있어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스피드 경영’을 강조했다.

그는 “급변하는 경제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스피드 경영’이 필요하다”며 “유연한 대응방식의 경영전략으로는 장기 저성장과 리스크가 상존하는 불확실성 시대에 생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는 예측하지 못한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스피드하게 잘 대응하느냐 여부, 즉 기업의 ‘비질런스(vigilance)’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 거울의 균형적 활용이 필요하다.

강 소장은 “세 가지 거울이란 망원경, 현미경, 만화경”이라며 “이 세 가지 거울을 잘 활용하면 위기 상황이 다가오는 것을 남보다 먼저 감지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나아가 새로운 경쟁방식을 통해 적극적으로 게임의 법칙을 바꾸는 ‘Game Changer’가 될 때 오히려 위기에 성공하는 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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