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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소방서 한용호 현장지휘과<사진>. |
나는 쇼핑을 위해 마트 지하 주차장을 내려갈때면 ‘혹시?’.... 하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다.
여기서 ‘혹시’란 건물이 붕괴돼 갑작스럽게 죽는건 아닐까 하는 두려운 생각이다.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삼풍백화점이 붕괴돼 1438명의 인명이 다치거나 사망했고, 재산피해 또한 엄청나 내가 이곳에서 다시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나는 사고 다음날이 30일 지원 출동을 나간 소방관이다.
당시 사고현장에 도착해 처음 접한 상황은 백화점 지하주차장 내에 진입하던 차량에 탑승한 채 압사당한 시신을 수습하는 일이였다.
망인은 피할 겨를 조차 없던 급박한 당시 상황을 말해주는 듯 탑승해 있던 그 자세 그대로였다.
당시 기억은 나에게 너무나 강하게 남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 된다.
그때부터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마트 지하주차장이란 장소는 나에게 참 꺼려지는 장소가 된 것 같다.
이런 나의 증상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란 사건, 사고, 재해, 학대 등 충격적인 상황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후 나타나는 불안, 우울, 환각, 공격성을 나타내는 증상을 말한다고 한다.
베트남전 참전했던 군인들의 사회 문제로 부각돼 본격 등장했고,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는 1980년부터 정식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일반인구의 8%가 평생 동안 한번 이상 경험하게 되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내 직업이 소방관이기에 화재, 구조, 구급현장에서 참혹한 모습이나 내 능력 이상의 재난현장으로 출동하게되면 “나는 소방관이다. 당황하지 말고 침착해야한다.”라고 최면을 걸고 있지만 나 역시 나약한 인간이다.
어떤이는 말할지 모른다. “매일 그런 장면을 보면 면역이 생겨 무감감 해 지겠다”라고 이야기 하지만 매번 출동이 긴장되고 상황이 종료되기 전까지는 면역 반응은 나타나지 않는다.
미국은 9·11테러 당시 TV로 방송된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까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로 폭넓게 인정했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나약한 사람으로 치부해 버리지 않는 점은 우리나라가 하루빨리 배워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소방관, 경찰관, 응급실 근무자, 자원봉사자 등 재난 현장에서 남을 돕다가 외상후스트레스로 개인의 삶까지 엉망이 된 이들을 외면한다면 제2의 재난 발생을 묵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남을 돕기위해 노력했지만 보람은 없고 손해라는 생각으로 서로 돕는 사회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글을 쓰는 지금 구미에서 불산가스 누출사고로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고, 구미지역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한가지 더 주목할 점은 소방방재청은 구미 불산 누출사고 당시 현장 활동을 벌인 소방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 정신건강 검진 등 치료비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기획재정부는 2012년부터 매년 4억원을 투입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고위험군으로 판정된 소방공무원에 대한 전문검사·진료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금 내가 일하고 내 동료가 일하고 있는 재난 현장은 언론과 사회 이목이 집중시킬 정도의 큰 재난현장은 아니였다.
하지만 크고 작은 사건, 사고와 마주하기에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에 노출돼 있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소방관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에 대한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시작으로 고위험군만의 병원 진료뿐 아니라 소방에 대한 꾸준한 관심으로 근무여건 개선 및 다양한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에 노출돼 있는 많은 직원들이 그것으로 인해 고통받지 않고 다시 현장으로 출동해 적극적인 소방활동을 펼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파수꾼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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