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9월말 현재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잠정치)은 458조5000억원으로 8월의 459조3000억원보다 8000억원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은 311조5000억원으로 전월보다 200억원 줄었다.
한은은 9월 가계대출이 감소한 데 대해, 주택거래 부진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증가규모 축소와 추석 상여금 지급에 따른 마이너스통장의 대출 잔액 감소를 꼽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은행이 고객에게 대출해준 뒤 해당 채권을 다른 기관에 넘긴 '모기지론 양도분'이 빠진 수치다. 이를 포함하면 9월 주택담보대출은 8월보다 2조2000억원 증가하고 가계대출도 1조4000억원 늘어난다.
모기지론 양도분에는 은행이 취급하는 주택금융공사의 장기·고정금리대출인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이 포함된다.
장기·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은 시중은행이 고객들에게 판매한 뒤 대출채권을 주택금융공사에 양도해 유동화하는 상품이다.
공사가 설계한 보금자리론은 10~30년간 원리금을 나눠 갚는 구조이며, 적격대출은 유동화에 적합하도록 공사가 사전에 정한 조건에 맞춰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설계해 판매하는 상품이다.
은행은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을 취급하면 1~2개월이 지나고 이 채권을 주택금융공사에 넘긴다. 주택을 근거로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는 권리, 즉 주택저당채권을 기초로 MBS를 발행하기 위해서다.
채권이 양도되면 은행은 더 이상 채권자가 아니므로 대출잔액에서는 이 금액이 빠지게 된다. 이에 따라 대출금은 여전히 존재하는데도 집계상 총량에서는 제외되는 것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장기·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을 늘리기 위해 적격대출 이용을 장려하면서, 모기지론 양도분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7조4000억원이던 모기지론 양도분은 올해 들어 9월까지 10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3분기 평균 모기지론 양도금액이 월 2조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모기지론 양도분은 지난해의 두 배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19일 한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도 시중은행장들은 "최근 유동화 조건부 적격대출 등 모기지론 양도분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택대출 구조가 변동금리 일시상환대출에서 장기·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 중심으로 재편되면 가계부채 연착륙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제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어, 이 역시 부실채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