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7월 26일 오후 8시경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는 운행 중이던 버스가 서 있는 승용차를 들이받아 타고 있던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 승용차는 앞서가던 승용차가 타이어 파손으로 멈춰 뒤에 서있었다.
고속도로 교통사고는 줄어들고 있지만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한 주시 태만에 따른 교통사고 사망자는 오히려 늘고 있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망자가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가장 많은 유형인 주시 태만으로 최근 보급이 늘어난 스마트폰과 디지털미디어방송(DMB) 시청이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국도로공사는 법 개정과 안전시설 설치 등을 통해 주시 태만 사고 감소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DMB 보급 확대로 사망사고 발생 증가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발생한 고속도로 교통사고는 1314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44%줄었다. 반면 주시 태만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는 같은 기간 46명에서 111명으로 141%나 늘었다.
고속도로 사망사고의 원인은 2007년만 해도 졸음 운전(33%)·주시 태만(21%)·과속(15%) 순이었다. 올해는 주시 태만(39%)·졸음 운전(32%)·과속(14%) 순으로 주시 태만에 의한 교통사고가 18%포인트나 증가했다.
이처럼 주시 태만 사고 증가가 최근 5년 동안 크게 늘어난 이유는 스마트폰과 DMB 보급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토해양부와 교통안전공단이 자동차검사소를 방문한 차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차량 494대 중 374대(75,7%)에는 내비게이션이 설치돼 있었다. 이 차량 중 322대(86%)는 DMB 시청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검사원을 대상으로 내비게이션 작동(검색)에 걸리는 시간을 시험해 본 결과 10~30초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시속 100km로 주행 때 약 277~831m를 주행할 수 있는 정도의 시간이다. 잠깐 내비게이션에 한눈을 팔다가는 수백m를 무방비 상태로 운전하게 되는 것이다.
내비게이션 설치 차량 중 319대(85.3%)는 전면 유리창에 설치돼 운전자의 시계 범위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사고의 원인이 되거나 추돌사고 때 네비게이션이 유리창에서 떨어져 탑승자에 피해를 입히는 등 2차 피해도 예상된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처 관계자는 “운전 중 조작하거나 DMB를 시청하게 되면 운전에 집중하기 어려워져 교통사고의 주요한 원인도 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안전운전 지장 우려… 법적 제재 실시
운전자들의 운전 중 스마트폰 및 DMB 이용도 적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운전 중 문자나 채팅앱 등 스마트폰 사용과 DMB 시청이 주시 태만 사고 증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전국 성인 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운전을 자주 하는 700명 중 80%는 ‘운전 중 스마트폰이나 DMB 등으로 영상물을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 가운데 ‘사고가 났거나 위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3분의 1에 가까운 32.4%로 집계됐다.
주 1회 이하 운전하는 300명 중 93%는 영상물을 틀어놓은 차에 탄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50.6%는 ‘영상물을 보는 운전자 때문에 불안하다’고 답했다.
이처럼 운전 중 스마트폰이나 DMB 시청을 하게 되면 안전운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앞으로는 운전 중 이들 기기 조작을 금지하는 법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 8월에는 운전 중 영상이 나오거나 장치를 조작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 근거를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법안이 시행되는 내년 3월부터는 장치를 조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켜 놓기만 해도 최고 7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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