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인조 진주'로 마치 점자같은 작품을 선보이는 고산금의 개인전 ‘오마주 투 유(Homage to You)’가 소격동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책이나 신문의 글자를 인조 진주로 대체하는 작업을 이어온 작가는 '읽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소설, 시, 신문, 철학서, 대중가요 가사나 법전 심지어 도저히 읽을 수 없는 것까지 읽는다. 읽는 것 자체가 작업의 일부기 때문.
읽는 행위가 끝나면 책을 덮고 작업실 테이블에 않는다. 그리고 읽은 책의 일부분이나 가장 자신에게 인상을 남긴 부분을 선택해 필사 하기 시작한다.
글자 하나 대신 4m 인공진주를 아크릴 물감을 100번 이상 바른 나무 패널 위에 핀셋으로 집어 글루건으로 붙인다. 진주 붙이기는 철저한 반복적인 노동. 단순하고 반복적인 노동을 통해 작가는 생각을 비우게 되고 점차 자신은 기계화된다는 것.
"저 자신은 마치 계산기와 같이 글자의 숫자와 간격을 계산하는 도구가 됩니다. 이렇게 진주로 치환 되어진 텍스트는 읽는 기능을 잃는 동시에 다의적인 감각언어로서 자리잡게 되죠."
언어가 나타내는 세계와 문장의 내용들을 모두 진주라는 동일한 오브제로 대체한 작품은 자신이 본 것과 읽은 것을 감추고 그곳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지워버린다. 텍스트 자체의 의미가 아니라 텍스트의 형태에 주목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르주 페렉의 인생사용법(1부 중 15-16쪽)’을 비롯해 12점을 선보인다. 평면에서 큐브 형태로 변화를 꾀했지만 여전히 감춘 것, 비밀을 존재를 가리키려는 작가의 일관된 의도를 더욱 극대화하여 보여주고 있다. 전시는 25일까지.(02)720-5789.
◆고산금=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와 뉴욕 Pratt Institute Fine Arts를 졸업했다. 1995년 뉴욕 타임즈(Long Island Edition)에 작업세계가 소개됐고 2007년 평론가선정 현대미술55인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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