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노조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가 현대증권의 현대저축은행 인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현대증권이 저축은행을 인수할 당시 이미 상당한 부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냥 덮고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현대증권 노조는 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가 현대그룹 경영에 관여하고, 현대그룹 계열사로부터 부당하게 이득을 챙긴 정황이 나와있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번 녹취록 공개는 지난 7일 현대그룹내 노조 파괴 계획에 대한 녹취록 공개 이후 두 번째다.
민경윤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은 “이 지배자는 윤경은 당시 현대증권 부사장에게 업무 지시를 내려 30~50조원 규모의 외국 자산운용사를 유치해 오도록 했다”며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 자는 자문 형식을 통해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려 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지난 9월 현대저축은행이 한국종합캐피탈 인수전에 뛰어는 이유에 대해 이 지배자가 한국종합캐피탈이 보유한 골프장을 헐값이 인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 위원장은 “이 지배자는 현대증권과 현대저축은행을 통해 230억원대의 한국종합캐피탈을 인수한 뒤 한국종합캐피탈 자산인 70억원대의 일본 소재 골프장을 헐값에 인수하려 한 사실이 녹취로 드러났다”며 “부실은 현대증권과 현대저축은행에 떠넘기고 알짜 자산만 취득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노조측은 또 현대상선이 선박펀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미 상당 부분 논의가 진행된 사업자 중 한 곳을 이 지배자의 과거 개인적 감정을 이유로 최종 단계에서 배제시켰다고 밝혔다.
민 위원장은 “현대 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는 현대상선을 비롯해 그룹내 모든 사업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는 이 지배자가 현대그룹의 실세임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날 공개된 자료는 현대증권 우선주 토털리턴스왑(TRS) 자문 과정에서 현대그룹을 지배하는 자가 금감원 부원장 출신 박광철 사외이사와 접촉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의 회의문건고 첨부됐다.
한편 민 위원장은 이번 녹취록 추가 공개 이유에 대해 “이번 사안에 대해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자정작용을 통해 좋은 방향으로 해결될 것이라 믿었다”며 “하지만 그룹은 자정노력 없이 이번 문제를 노사갈등으로만 치부하고 있어 추가 공개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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