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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최후의 승부는 단 1%가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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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2-0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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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수 문화레저부부국장겸 골프전문기자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약 9년 전 일이다.

한국남자프로골프를 휩쓸던 강욱순 프로가 미국 프로골프(PGA)투어에 진출하기 위해 그 관문인 퀄리파잉토너먼트에 도전했다. 그 때나 지금이나 퀄리파잉토너먼트는 엿새동안 6라운드 108홀 경기를 펼친다. 이 ‘지옥의 레이스’에서 상위 25∼35명에게만 이듬해 미PGA투어 출전권을 부여한다. 세계 각지에서 내로라하는 골퍼들이 다 모이므로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닷새하고도 마지막 날의 17개홀을 잘 버텨온 강욱순은 최종 18번홀 그린에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5m거리의 버디 퍼트가 홀옆 30㎝지점에 멈췄다. 그 짧은 거리의 파퍼트만 홀에 넣으면 최경주에 이어 한국남자골퍼로는 둘째로 미국 무대에 진출할 판이었다.

그러나…. 그의 퍼터를 떠난 볼은 홀을 외면하고 말았다. 강욱순은 1타차로 미PGA투어 출전권을 따지 못했다. 그의 골프인생도 진로가 바뀌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강욱순은 그 후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으나 잘 극복하고 프로골퍼로서, 골프사업가로서 분주한 날을 보내고 있다.

8개월 전인가. 강욱순과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여자골퍼 김인경이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우승을 눈앞에 뒀다. 그도 최종일 최종홀 그린에서 36㎝거리의 파퍼트만 성공하면 메이저대회 첫 승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툭 쳐넣어도 들어갈 거리의 그 퍼트는 홀을 스쳐 돌아나와버렸다. 그 바람에 그는 연장전에 끌려갔고 다잡았던 우승을 유선영에게 바치다시피 했다.

골프 사례를 들었지만 스포츠, 대학 입시, 화투 놀이, 고금의 전쟁 등에서 막바지에 간발의 차로 승부가 결정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야구에서 9회말 투아웃 후 역전이 그렇고, 학력고사 점수 1점차로 대입 당락이 결정되는 것도 흔하다. 화투나 포커 게임에서는 그야말로 ‘한 끗’ 차이로 위너와 루저가 가름난다.

게임이나 승부에서 일방적인 것은 드물다. 어느 한 편이 우세하면 애초부터 판이 벌어지지 않고 재미도 없다. 살얼음판, 난형난제, 막상막하, 시소게임, 손에 땀이 나는 긴박함이 있어야 관심을 끌고 명승부가 펼쳐진다.

열흘이 채 남지 않은 대통령선거에 국내외의 이목이 쏠려있다. 두 유력 후보의 지지율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여 섣부른 예측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대선이야말로 적게는 1% 포인트, 많게는 예측 오차범위 내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에서 좀 앞섰다고 하여 그 판세가 투표 때까지 이어지리라는 생각은 근시안적이다. 좀 뒤졌다고 하여 지레 실망하는 것은 더더욱 패배를 자초하는 길이다.

골프에 ‘장갑을 벗을 때까지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마지막 홀, 마지막 퍼트가 홀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후에야 승패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강욱순 김인경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선거에서도 투표함을 열기까지는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레이스 도중 ‘전광판’을 염두에 두지 않고 끝까지 사력을 다하는 후보가 승산이 높을 것이다. 인내심과 최선. 이번 대선에서도 승패를 가름할 키워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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