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100 - 분양광고

재미작가 임충섭 "미국서 40년..내입에선 아직도 된장냄새"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2-12-11 09:0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신작 '월인천지'등 70점 전시

10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재미작가 임충섭씨가 무명실로 만든 팔각정 설치작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미국에서 햄버거 2만5천개를 먹었지만 내입에선 아직도 된장냄새가 난다."

외국진출 1세대 한국 작가인 재미작가 임충섭(71)씨가 40여년간 해외에서 작품활동을 해왔지만 몸에 밴 한국적인 정서가 작품의 원동력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1973년 뉴욕으로 건너간 그는 평면, 드로잉, 설치, 오브제, 영상 등 장르를 넘나들며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여왔다.

난해한 작품, '개념미술'로 알려진 그가 오는 12일부터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50여년 화업을 총 정리해 선보이는 회고전을 연다.

'임충섭: 달, 그리고 월인천지’전을 타이틀로 여는 이번 전시에는 시대별 주요 작품과 함께 미공개작등 70여점을 선보인다.

이번전시에는 이 전시를 위해 새로 제작한 대규모 설치, 미디어 복합 작품 '월인천지'를 공개했다. 2010년 학고재갤러리에서 전시한 '월인천강'의 새로운 변주다.

월인천지./사진=박현주기자
달의 운동을 보여주는 영상, 전통 농기구를 닮은 구조물, 한국 전통건축 요소인 정자의 미니어처 등을 기반으로 전시장 바닥과 벽, 그리고 천장을 모두 작품을 구현하는 공간으로 삼는 대규모 설치작업이다.

이 작업은 실타래와 달 영상, 한국건축 구조 등의 복합 구성을 통한 작가 예술관의 총체가 담겼다.

미니어처로 공중에 떠있는 비원의 '정자'인 사각정의 그림자는 둥근 달의 영상으로 비춰져 바닥에서 움직인다. 그 끝편에는 수많은 무명실로만 엮어진 거대한 팔각정이 자리하고 있다.

살색의 '무명실'은 임충섭에게 자연과 문명을 넘나들 통로를 제공한다. 실은 문명속에 존재하는 오브제중 자연에 가장 맞닿아 있는 요소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10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이 팔각정은 느티나무를 형상화했다"며 "우리 선조들의 직조행위를 닮은 설치작업"이라고 말했다.

이 작업의 시작은 여행하면서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읽게 된 삼국유사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윤리도덕과 인간감정에 대한 퇴계이황과 고봉 기대승의 '사단칠정' 논쟁에 나오는 월인천강의 비유를 읽고나서 '자연과 문명사이의 다리 놓기'라는 표현되는 자신의 예술관을 제대로 구현할 최적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했다.

날줄과 씨줄의 균형, 떨림의 사이, 공간을 구성하는 임충섭의 작업세계는 '물매(slant)'의 미학으로 불린다. 작품 제목이기도 한 단어 '물매'는 작가가 자연과 문명 사이를 바라보는 통찰적 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자연에 거스름 없는 수평적 정신성, 사유, 사유공간 등을 은유한다.


전시장은 잡동사니를 모아놓은 것 같은 풍경이다. 작품 사이사이에서는 낯선 소리도 들린다. '월인천지'에는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가 깡통 종이접는 소리를 담아낸 '내가 이렇게 말했다'는 작품이 함께 어우러졌다.

각종 암호같기도, 악기같기도하고, 목공소에서 작업하다만 것 같은 그의 작품은 이해해기가 쉽지 않다.
공간과 여백이 많은 작품은 한국적인 듯하면서도 이질적이다.

그는 자신이 개념미술가로 불리지만 "일부러 개념미술을 하겠다고 시작한 작업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인간 임충섭의 마음 파내기 작업을 하다보니, 당신은 개념예술가요, 미니멀아티스트다 라고 불리게 됐지요."

여백이 많은 작품에 대해 작가는 " "예술의 원래 작업은 줄임작업의 마지막 단계"라며 "'줄임'을 좋아한다"고 했다.

작품은 그의 추억과 성장배경이 압축됐다. 알고보면 풍화되는 세월을 잡아둔 그의 어린시절 추억과 갈망이 담겼다.

시골 고향마을 충북진천에서의 경험과 기억이,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의 죽음에 따른 그리움이, 또 한국인으로 미국이라는 이질적 문화 접점에 위치한 자신의 상황이 작품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했다.

미국 뉴욕에서 직접 작품을 선별해왔다는 최은주 국립현대미술관 학예1팀장은 "우리나라 설치미술의 연대기 작성과 평가에 있어 첫 출발지에 위치하는 작가 임충섭의 개인전"이라며 "미국으로 건너간 1세대 작가의 행보 추적을 통한 뉴욕 현대미술과 한국 현대미술 사이의 연관성과‘해외 거주 한국 작가’의 미술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2013년 2월 24일까지.(02)2188-6000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