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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서울·수도권 주택 경매 물건 및 응찰자 수 [자료제공=부동산태인] |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올해 부동산 경매시장은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경매 전문가들의 평가다.
부동산 경매시장 침체는 지표로도 확인된다. 입찰경쟁률과 낙찰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등 경매시장 '3대 지표'가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아파트 시장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경기 침체가 실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매 물건 봇물… '트리플' 약세
올 들어 주택(아파트, 연립·단독·다가구주택) 경매 물건이 쏟아졌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샀지만 가격 하락에다 거래마저 끊기면서 더 이상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경매 처분된 것들이다.
부동산 경매정보업체인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서울·수도권 주택 경매 물건은 1월 4219건에서 11월 6141건으로 늘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올해 11월까지 총 3만642건으로 이미 지난해 2만7859건을 넘어섰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대출을 끼고 무리하게 집을 매입한 하우스푸어들이 주로 경매물건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올해는 하반기까지 꾸준히 주택 경매 물건이 늘었다"며 "통상 법원 경매에 물건이 나오기까지 약 6개월이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보다도 올해 경기가 더욱 안 좋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응찰자 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서울·수도권 주택 경매 물건의 입찰경쟁률은 1월 4.56대 1에서 11월 4.41대 1로 떨어졌다.
응찰자 수가 줄면서 낙찰률과 낙찰가율도 하락하고 있다. 서울·수도권 주택 낙찰률은 11월 기준 29.8%로 연초보다 2.1%포인트 떨어졌다.
박종보 부동산태인 연구원은 "집값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경매 부동산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도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낙찰가율도 하락세다. 정부의 '9·10 대책'으로 9~10월 잠시 반등하기도 했지만 80%를 넘지 못한 것이다. 지난달 주택 낙찰가율은 71.6%로 연초보다 1.4%포인트 가량 내렸다. 대부분의 주택이 감정가의 80%에 못 미치는 가격에 낙찰된 셈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80%선이 무너진 뒤 올해 월 평균 낙찰가율은 단 한 차례도 80%를 넘지 못했다"며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없다보니 응찰자들이 가격을 보수적으로 써내고 있다"고 전했다.
저가 낙찰 사례도 속출했다. 지난 9월 경매시장에 나온 감정가 21억원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지웰카운티 전용면적 107㎡는 4차례 유찰된 끝에 12억23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의 58% 수준이다.
지난 5월 경매에 부쳐진 강남구 개포동 우성아파트 전용 133㎡는 2회 유찰 후 지난 7월 8억64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은 64%에 그쳤다.
법원 경매 관계자는 "요즘에는 강남 아파트도 2번 이상 유찰이 돼야 수요자들이 관심을 갖는다"고 전했다.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아파트 전용 154㎡는 지난 9월 감정가 16억원보다 5억원 이상 싼 10억6109만원에 낙찰됐고, 한강 조망권을 갖춘 용산구 이촌동 삼익반도아파트 2동 501호(166㎡)의 경우 감정가 15억원에 비해 5억원 이상 낮은 9억6399만원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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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서울·수도권 주택 경매 낙찰률 [자료제공=부동산태인] |
◆'9·10 대책' 효과…2개월 만에 '약발' 떨어져
지난 9월 정부가 발표한 '9·10 대책'은 경매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연말까지 소유권 이전을 마치면 취득세를 50% 감면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8월 4074명이었던 서울·수도권 주택 경매 응찰자 수는 대책이 발표된 9월 7580명, 10월 9073명으로 크게 늘었다.
응찰자가 몰리면서 줄곧 하락세였던 낙찰가율도 반등했다. 8월 71.1%까지 떨어졌던 평균 낙찰가율은 9월 72.4%, 10월 73.7%로 올랐다.
그러나 대책의 약발은 오래 가지 못했다. 취득세 감면의 일몰시한이 다가오면서 응찰자 수도 다시 줄고 낙찰가율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11월 응찰자 수와 낙찰가율은 각각 8072명, 71.6%였다.
정대홍 팀장은 "9·10 대책으로 잠깐 살아났던 투자 수요가 사라지고 실수요자들만 남으면서 낙찰가율도 다시 떨어지는 것"이라며 "취득세를 감면받으려면 소유권이 이전돼야 하는데 절차가 통상 한 달 이상 걸리기 때문에 사실상 대책 효과는 끝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추가 대책이 나오거나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내년 경매시장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내년에도 경기 전망이 좋지 않아 경매시장에 나오는 주택 물건 수는 계속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인기 물건에만 수요가 쏠리는 양극화 현상 역시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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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서울·수도권 주택 경매 낙찰가율 [자료제공=부동산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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