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한국전력의 신임 사장에 조환익 전 산업자원부 차관이 확정됐다.
한전은 17일 오전 삼성동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조 전 차관을 신임 사장으로 선출하는 내용의 ‘사장 선임의 건’을 의결했다.
주총에서 사장으로 선출된 조 전 차관은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의 임명을 거쳐 임기 3년의 한전 사장으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한전측은 신임 사장의 선임을 놓고 막판까지 함구하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으나, 관가와 전력업계 안팎에서는 이미 조 전 차관의 내정설이 흘러 나와 논란이 일었다.
이미 조 전 차관이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이하 공운위)와 청와대 검증을 마쳤다는 점에서 최종 임명까지 ‘통과의례’만 남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공운위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한전 신임 사장 후보로 조 전 코트라 사장과 문호 전 한전 부사장 2명의 후보를 확정한 바 있다.
이로써 한전은 지난 2008년 물러난 이원걸 전 사장(전 산자부 차관) 이후 4년 만에 관료출신 사장을 다시 맞게 됐다. 사장 선임은 19번째다.
1950년생인 조 전 차관은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으로 행정고시 14회(1973년)로 공직에 입문해 주미한국대사관 상무관, 통상산업부 공보관,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코트라 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현재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 전력수급 안정·전기요금 현실화 등 과제 산적
조환익 전 차관은 상공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40여년간 통상·수출 분야를 경험한 무역 전문가다. 공기업 CEO로서도 남다른 경영능력을 발휘해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재직 기간 중에는 임직원들과 자유로운 소통 방식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편지를 통해 의견을 주고 받기도 했으며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의견을 올리면 댓글에 댓글이 이어지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그가 한전 사장에 오르게 된 것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관료와 경영자로서 능력은 검증됐지만, 전력전문가가 아닌 만큼 새로운 도전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그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는 전기요금 현실화다. 지난 8월 정부와의 마찰 끝에 전기요금을 평균 4.9% 인상했지만 한전의 ‘눈덩이’ 누적 적자를 털어내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한전은 3분기 1조1480억원(본사 기준)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경영 수치가 개선되고 있지만, 2008년 이후 4년 반 동안의 누적적자가 10조9000억원에 달한다. 내년 경기 위축 탓에 전기요금 인상이 또다시 난관에 봉착한다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적자의 상당부분을 털어 내야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전임 김중겸 사장도 전기요금 인상을 놓고 정부와의 ‘샅바싸움’에서 미운털이 박혀 중도에 낙마 했다는 점에서 신임 사장으로서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간당간당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전력수급 위기도 조 전 차관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숙제다.
정부가 여론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사직서가 수리도 되지 않은 김중겸 전 사장의 후임을 일사천리로 서두른 이유가 겨울 전력수급 안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랍에미레이트(UAE) 원전 사업 등 제2 원전 사업의 물꼬를 터야 하는 것도 당면 과제다. 해외 사업에서 한전의 경쟁력이 살아나야만 천문학적인 부채를 줄이고 미래 먹거리를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잇단 사장의 사퇴와 소액주주 소송 등으로 ‘사분오열’된 한전 내부를 결속하고 강력한 지렛대를 세우는 것도 조 전 차관이 정면돌파 해야하는 부분이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조 전 차관이 공무원과 공기업 운영 경험이 풍부한 점이 이번 한전 사장 임명 배경으로 보인다”며 “동계 전력위기 극복과 함께 당분간 전력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전기요금 현실화를 두고 정부와의 대외 교섭력도 시험대 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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