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박 당선인이 제시한 복지 등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약 6조원 가량 재원이 필요하다고 판단, 이한구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의 새해 예산안 심사와 관련 “국채 발행한도를 늘리는 방식으로 국채발행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이 새누리당이 국채발행으로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내년 본예산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난감한 입장에 놓였다. 올해 경기가 하반기부터 살아날 것으로 보고, 성장률 4%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탓에 세금수입(세수)를 지나치게 늘려 잡은 것이 발목을 붙잡은 것이다.
더구나 실제 하반기 경기가 회복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침체에 빠지면서 정부 예상 세수에서 3조원에 육박하는 공백이 생기게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 정부가 출범되기 전부터 국채발행이 거론되자 재정부는 정치권 눈치만 보는데 급급해졌다. 야당이 국채발행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지만 재정부에서는 공식적인 답변을 피하며 여야 대립 상황만 관망하는 모양세다.
가뜩이나 올해 추진한 국채발행이 24일 대부분 성황리에 마무리된 마당에 다시 국채발행을 추진할 경우 국가신용등급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해 국채발행은 총 79조6665억1000만원으로 당초 계획된 79조8000억원 대비 99.8%가 이뤄졌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국채발행을 담당하는 재정부 국고국 주요 고위 공직자와 담당 책임관은 새누리당에서 발의한 국채발행에 대해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자칫 현 정부가 새 정부 출범 전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는 화살을 받아내기에는 부담이 뒤따를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예산안에 대해 어떤 추경도 있을 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국채발행 역시 본예산이 통과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암시한 대목이다.
박 장관은 지난 20일 세종청사 입주식에서 “본예산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어떤 추경도 있을 수 없다”며 올해 안에 본예산을 통과시키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 시점이 국채발행까지 거론될 정도로 경기가 악화된 국면은 아니라는 견해가 높다. 국채발행 자체가 인플레이션 완화를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내년 경기전망이 저성장이라고는 해도 국채발행으로 재원을 조달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새 정부 공약 실천이 아니더라도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적자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국채발행은 박 당선인이 약속대로 예산 절감과 세출 구조조정 등 정부 살림에서 줄일 것은 최대한 줄이는 노력부터 한 다음 고려할 문제”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일부 유럽 국가들이 보여주듯 재정 건정성은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어렵다”며 “국가 채무가 불어날수록 세수 증대 등 연쇄 도미노 현상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24일 “국가 빚을 져서 예산을 짜겠다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예산’을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자는 여당의 요구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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